'허니문' 기간임에도 장덕천 신임 시장과 공직 내부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어 안정적 조직 운영에 우려를 낳고 있다.

부천시 10월 월례조회 모습

부천시는 최근까지 내부 통신망(새올행정시스템)내 열린소리마당(공직내 자유토론방 형태)을 익명으로 운영해 왔으나 지난 1일자로 실명제 전환을 결정하면서 '공직 내부 언론 탄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더욱이 내부전산망을 관리하는 부천시 정보통신과장이 1일자로 인사교체되면서 이번 열린소리마당 실명제 전환과의 연관성을 의심하는 공직내 분위기가 팽배하기도 하다.

부천공무원노조(지부장 유복동)는 지난 1일자로 규탄 성명을 발표했으며, 시청 인근에 현수막을 내걸기도 했다. 그러나 현수막이 철거되면서 퇴근시간에 열린소리마당 실명제 전환을 규탄하는 선전전을 벌이는 등 최근들어 유래없는 강도높은 노조활동을 보이고 있다.

성명에 따르면 "지난 금요일 저녁 직원들의 활발한 내부토론의 장인 열린소리마당을 실명전환한다는 집행부의 일방적인 결정에 대하여 공무원노조는 2,400여명 공직자를 대표하여 가장 강력한 항의와 함께 즉각 원상복구할 것을 요구한다"며 '부천시장의 내부 언론 차단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제목을 달았다.  

또 "공무원노조에서는 건전하고 발전적인 열린소리마당 운영을 위하여 집행부측과 내부토론 및 건전하고 좋은 우수제안을 선정하여 설문조사 실시를 준비 중인 와중에 이러한 일방적이고 독선적인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으며, 노조에서 직원들의 의견을 선정하여 준비 중인 열린소리마당 운영 개선사항을 반영하여 운영할 것을 제안한다"며 "일부 부작용을 빌미로 내부 직원들의 말과 귀를 막아 버리는 행위는 부천시 조직원들의 더 큰 불만과 불안을 야기하고 취임 초기에 내부 공직자와 상생과 협력을 취해야 할 책임있는 시장이 오히려 조직의 건전한 발전과 토론문화를 가로 막는 후진적인 행태를 보임에 따라 크나큰 실망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여 비토했다.

그러면서 "전국 최초의 내부 직원 입막음 지방자치단체로 남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한편, 부천시는 지난 9월 28일 '열린소리마당 실명으로 전환합니다'라는 제목의 공지글을 열린소리마당에 남겼다.

'직원들간의 상호 비방, 불신 초래, 언론사 제보에 따른 보도로 부천시의 이미지가 실추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실명제 전환의 이유로 설명됐다.

장덕천 시장 측근은 "타 지자체도 익명의 부작용이 많아 실명제로 전환하는 곳이 많다. 실명제 전환은 시장의 지시가 아닌 내부 관련 부서의 의견을 취합해 내린 것"이라며 "비단 시장을 향한 글 보다 공직자 누구도 열린소리마당을 통해 인권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익명의 채널을 없앤 것은 아니다. 시장에게 전할 내용이 있다면 익명으로 전달할 수 있는 직통 채널을 준비 중에 있다"고 덧붙이면서 일각의 불통 지적은 옳지 않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정보통신과장에 대한 교체인사는 이번 일과는 무관하다"는 의견과 함께 "전부터 정보통신과장은 행정직이 맡는 것이 낫겠다는 의견들이 많았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장덕천 시장 취임 직후 인사에서 정보통신과장으로 임명된 인사가 불과 3개월만에 교체됐다는 점에서 이번 열린소리마당 실명 전환과 무관하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적지않다.

공직 내부에서는 열린소리마당 실명 전환에 대한 원성이 적지 않다.

실명 전환 계획이 알려지자 아직까지 익명 시스템이 유지될 당시 공직자들은 "열린소리마당 그냥 놔두세요 시장님, 왜 자꾸 열소를 가지고 왈가왈부하죠? 시장님 취임 세달만에 문제가 있다고 개선하라고 했다니 정말 성급하십니다. 이게 그리고 급한 업무입니까?", "직원들의 소리를 무서워하시는 건가요?. 인권변호사라 하셔서 기대했었는데 정말 실망스럽습니다", "없던 소통도 해야 할 마당에 딱 하나 있는 직원들의 소통공간입니다. 제발 좀 놔두세요"라는 등의 불만과 호소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공무원노조는 성명 말미에 "지적과 요구에도 변화가 없을 경우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하고 지속적인 투쟁을 실시할 것을 선언함과 이후 발생하는 혼란과 문제는 모두 부천시장에게 있음을 말한다"고 언급했다.

유복동 지부장은 "전국공무원노조에 현 상황을 보고하고 다른 시민사회단체와의 연대도 계획하고 있다"고 말해 향후 투쟁의 수위에 귀추가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지난 8월 초 역대급무더위로 무더위 쉼터에 이어 잠자리 쉼터 운영을 놓고 열린소리마당을 통한 공직내 불만글이 쇄도했다'는 점을 상기하면서 열린소리마당 실명 전환의 직접적 사유를 의심하고 있기도.

그러나 시장 측근은 "장덕천 시장은 누구보다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실명 전환은 누구라도 열린소리마당을 통해 사실무근의 인권침해를 받을 소지를 방지하고, 익명을 이용해 악플을 다는 행위를 막고자 하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한편, 장덕천 시장은 오는 11일 중앙공원 잔디밭에서 시민 400명과 소통 자리를 마련하면서 역대 시장 누구도 시행하지 못한 대규모 소통에 나선다. 이를 앞두고 공직 내부에서 터진 '열린소리마당 실명 전환'에 따른 비판의 논란은 87만 부천시민에게 어떻게 비춰지고 평가받을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