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강동 학부모가 중심이 된 들꽃학부모회 등이 고강동 선사유적지가 방치되고 훼손된 데 대해 부천시에 책임을 물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선사유적지 주변을 근린공원화 한다’는 시 정책 등 인위적인 공원화 계획에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들꽃학부모회 등은 매년 식목행사를 치러왔으나 올해는 고강동 선사유적지 주변을 중심으로 식목행사를 계획, 5일(오늘) 오전 9시부터 유적지 주변 청소는 물론 진달래 등 나무심기운동을 벌였다.

‘자연사랑 마을사랑 나무심기’ 행사에 참가한 단체는 고리울청소년문화의 집 ‘꾸마’, 꾸마 생태동아리, 들꽃학부모회, 작은소리, 동화모임, 둥지, 디딤돌, 좋은아버지모임, 소화유치원, 인성아파트부녀회 등으로 이들은 고강동 청룡산 선사유적지 일대에서 나무심기 및 숲 체험 등을 진행했다.

이들은 행사계획서를 통해 ‘고강동 선사유적지의 흔적을 찾아서’라는 제목으로 선사유적지의 역사성을 알렸으며, “지역내 박물관이 빠른 시일 내에 들어선다면 많은 사람들이 다시 우리 고장으로 돌아와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번 식목행사는 단순한 나무심기운동이 아닌 유적지살리기운동의 일환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유적지 추가발굴 예상지역의 잡목(진달래 등)을 옮겨 심어 넓어진 등산로 재정비할 계획이다.

한편 들꽃학부모회 임학림 전 회장은 “매년 마을행사로 식목일 나무심기를 전개해 왔으나 최근 선사유적지 주변의 훼손이 심한 것을 확인하고, 식목행사를 기점으로 유적지 살리기운동을 전개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식목행사를 위해 4차례 유적지 답사를 하면서 유적지 주변에 쓰레기가 넘쳐 나는 현장을 목격했다”며 “청동기시대 유물이 발견될 정도의 역사적인 장소인 고강동 선사유적지가 부천시의 방치로 인해 많이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실제 현장확인 결과 청룡산 입구(고강동 산 93-1, 93-2, 89-2 등)에는 ‘부천청동기선사유적지’라고 쓰여진 푯말이 하나 붙어있었으며, ‘한양대 문화재연구소의 발굴 작업이 진행 중으로, 지난 96변 6월부터 2002년 9월까지 총 4차에 걸친 발굴 작업이 완료됐다. 현재 5차 발굴이 예정됐으며, 마제석부 등 총 352점의 유물이 출토됐다’고만 명시돼 있다.

더욱이 유물이 출토된 지역에는 별다른 관리 없이 빨간 페인트를 입힌 막대와 노끈 등으로 표시만을 해 놓았을 뿐, 일반인이 유적발굴 현장으로 인식할 수 없을 정도로 허술한 것이 사실이다.

이들은 주변 경작지(불법)가 유적지 코앞까지 늘어났으며, 유적지를 알리는 푯말만이 붙어 있을뿐 어떤 행정적인 관리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부천시가 ‘고강동 선사유적지 일대를 공원화 한다’는 계획에 대해 인위적인 공원화 계획 등을 이유로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나서, 향후 들꽃학부모회 등의 ‘선사유적지살리기운동’ 방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임 전 회장은 “유적지 일대를 공원으로 지정할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으나 세부계획이 체육시설, 휴게소, 전망대 건립 등 역사적인 유적지를 있는 그대로 보존하는 정책과는 큰 괴리가 있다”며 “유적지 주변의 생태를 훼손해 가면서까지 공원화한다는 정책적 발상에는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들꽃학부모회 등은 부천시의 고강동 선사유적지 공원화 계획의 자세한 내용을 입수한 뒤 유적지살리기운동의 줄기를 잡아갈 계획이며, 유적지 훼손의 책임을 부천시에 물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고강동 선사유적지는 지난 95년 여름 고강동 장갯마을 뒷산(청룡산)에서 반달돌칼, 돌창 등이 발견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후 발굴작업을 통해 12기에 달하는 청동기 시대 장방형 주거지와 삼국시대 것으로 추정되는 6기 석곽묘도 발굴된 바 있다.

더욱이 고강동 선사유적지는 서울 암사동 신석기시대 유적지와 함께 수도권에서는 쌍벽을 이루는 역사적인 장소로 손꼽히는 등 중요한 연구 가치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