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여 공직내부에서 기자회견 한번으로 특진을 할 수 있다면 과연 이해할 수 있는 인사행정일까. 아마도 웃지못할, 납득하지 못할 사안일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같은 일이 벌어졌다. 더욱이 '별정직은 해당 직급으로 채용된 직렬이라는 점에서 특진할 수 없는 게' 기본임에도 이같은 원칙이 무시된채 시장지시사항으로 별정직 2명에 대해 특진방안 검토가 떨어졌음이 드러났다.

지난 8월 24일 부천시청 브리핑룸에서는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이는 '부천시 전역에서 모든 시민이 휴대전화와 인터넷, 집전화를 공짜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을 산학관이 연계해 개발했다'는 것.

주관부서는 교통행정과였으나 기자회견 브리핑은 홍건표 시장이, 기자들의 질의에 대한 답변은 대부분 (주)이나루티앤티 배희숙 대표가 도맡았다.

이같은 기자회견이 있은 후 얼마안돼 홍 시장은 다음과 같은 지시사항을 내렸다.

"교통행정발전에 기여한 혁혁한 공을 세워 팀장과 팀원 직급을 상향조정하는 등 특진방안을 검토하라"는 것이 지시사항의 골자다. 단한번의 기자회견으로 특진을 주라는 흔치않은 인사지시였다.

더욱이 해당 팀장과 팀원은 별정직으로 팀장은 6급 별정직으로 자리한지 1년이 채 안됐으며, 팀원 또한 7급 별정직으로 부천에 입성한지 2년이 안됐다. 별정직은 해당 직급에 대해 공개채용되기때문에 내부적으로 특진은 인사행정상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0년 공직베테랑인 홍 시장은 이같은 인사의 원칙에도 불구하고 특진을 지시한 것으로 공직 내부에서는 벌써부터 이해하기 힘든 지시사항이라며 술렁거리고 있다.

이에 대해 총무과 관계자는 "무선메쉬망을 개발하는 등 시민을 위한 서비스, 예산절감의 효과 등을 고려한 지시사항이었다고 본다"며 "그러나 별정직은 특진대상이 될 수 없는 게 원칙으로, 시장님의 지시사항은 과장되게 전달된 것으로 이해된다"고 설명했다.

또 "특진의 대상은 될 수 없지만 공채시 응시자격이 될 경우 심사를 통해 선발될 수는 있다"고 덧붙여 사실상 형식상 특진은 아니지만 내용적 특진은 가능할 수 있다는 뉘앙스로 해석된다.

이런 가운데 최근 총무과가 내놓은 조직개편(안)을 살펴보면 이같은 시장 지시사항이 뒷받침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교통정보센터는 시설관리공단이 위탁업무를 맡고 있으나 이번 조직개편(안)에는 총 4명의 인원이 사업소의 형태로 자리를 옮기게 된다. 이는 교통기획팀 4명으로, 당초 직급은 6급 1 / 7급 3명이었으나 조직개편(안)이 확정될 경우 직급은 5급 1 / 6급 1 / 7급 2로 변경된다.

시장 지시사항의 '직급 상향조정 특진방안 검토'와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안)이 아닐 수 없다. '신규로 채용할 것'이라는 게 총무과의 답변이지만 응시자격만 주어진다면 심사해서 채용돼 직급이 상향될 수 있는 게 현실이다.

한편 지난 8월 24일 있은 기자회견은 당초 계획된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기자들에게 많은 질문공세를 받았다. 사업에 대한 궁금증에서 시작된 질문이었으나 시간이 갈수록 질문의 강도를 세졌으며, 내용적으로도 사업에 대한 의구심 내지는 비판적인 시각이 강했다.

중동대로 인근 지역에서 시범실시한 결과 무선 인터넷과 휴대전화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할 수 있다는 서두의 말에 이어 향후 단계적 예산편성으로 부천시 전역에서 모든 시민이 인터넷, 휴대전화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사업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천명했다.

이 사업은 산학관 연계라고 하지만 질문대부분을 커버한 것은 배희숙 대표였다. 그만큼 (주)이나루티앤티의 영역이 컸다는 뜻을 의미할 수도 있다는 것. 홍 시장도 당시 "기술개발을 주도한 (주)이나루티앤티'라고 설명하는 등 사실상 무선매쉬망 사업은 (주)이나루티앤티의 주도로 진행됐음을 확인시켰다.

산학관이 연계한 사업이라는 설명에서 과연 관(官)의 역할과 성과는 무엇인지 의구심이 들지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한편 당시 '말 많은' 기자회견으로 진행된 이유는 사업의 규모나 사업비 규모가 분명치 않다는 데 있었다. 다수 기자들은 구체적인 예산규모를 물었으나 그 누구도 구체적인 비용의 크기는 답변하지 않았다.

배 사장은 "초기 통신망 설치비용 외에는 서비스 추가에 따르는 비용 부담이 거의 없다"고 주장했으나 명확한 비용제시 요구에는 응하지 않았다.

이때문에 "향후 부천시가 이 사업을 확대해 나갈 경우 해당 업체가 제시하는 비용을 그대로 떠안을 수밖에 없는 게 아니냐"는 의심섞인 후문이 일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시 집행부는 2008년도 본예산 편성과정에서 해당 사업과 관련 31억5,000만원의 예산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단계적 사업에서 최종 목적지까지 걸릴 예산규모가 어느정도일지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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