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회 예결위가 '부천시교육경비보조에관한조례를 위배했다'는 이유로 교육경비를 전액 삭감시켰다. 조례상 교육경비심의위원회를 구성해 심의토록 명시돼 있으나 시 집행부의 늑장행정으로 인해 심의위가 구성이 안된 채 상정됐다는 점이 전액 삭감의 사유로 지적됐다.

제111회 부천시의회 임시회 예산결산위원회 조성국(중동) 위원장은 "지난 17일 오후 6시가 넘게까지 진행된 회의 끝에 교육경비 전액 삭감을 어렵게 결정했다"며 "이는 조례라는 원칙을 지키지 않고 시 집행부가 추경에 예산을 상정했기 때문"라고 설명했다.

조 위원장은 또 "더욱이 교육경비조례는 의원발의를 통해 제정된 것으로, 의원이 법을 만들어 놓고도 법을 어기고 예산을 통과시키는 것은 잘못이라는 점이 강조됐다"며 "시 집행부가 시의회를 경시하고 법을 안 지킨 데 대한 문제는 그냥 넘어갈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교육경비 중 사안이 시급한 것 등 시기적인 지원 필요성은 이해하지만 원칙을 지키고자 결정한 점이라는 것을 인정해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번 교육경비 전액삭감의 배경은 지난해 11월 전덕생(송내2동) 부의장 등의 의원발의를 통해 '부천시교육경비보조에관한조례'가 제정됐으며, 조례상 모든 교육경비는 심의위원회를 구성해 심의를 거친 후 의회에 상정돼야 한다고 명시돼 있는 '원칙'을 지킨다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더욱이 예결위 및 상임위원회에서 '전액삭감을 할 것인가'를 두고 논란이 많았으나 최종적으로 '시의회가 만든 조례를 스스로 무시하고 예산을 통과해 줄 수는 없다'는 원칙에 무게중심이 실린 것으로 해석된다.

해당 상임위원회(행정복지)는 시 집행부에 '심의위 구성이 늦어진 이유에 대한 사유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하는 등 교육경비 예산을 통과시켜 줄 명분을 찾고자 했으며, 해당 부서인 총무과는 사유서를 통해 "위원 선임 및 승낙 등 조정의 문제로 시간이 많이 소요됐다. 이번 1차 추경이 다른 해보다 빨리 치러진 관계로 심의위 구성 및 심의 시간이 줄어들었다"는 등의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예결위는 '시 집행부가 4개월이라는 시간적 여유에도 불구하고 심의위 구성을 못한 것은 늑장행정일 수밖에 없다'며 입법기구인 시의회 본연의 자세를 경주해 전액삭감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1차 추경에 상정된 교육경비 전액은 예결위에서 삭감됐으며, 시 집행부는 교육경비심의위원회 구성 및 심의 이후 2차 추경에서 교육경비 예산을 다시 올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인터뷰] 교육경비, ‘힘의 논리는 안돼’

의원발의로 교육경비조례 제정한 전덕생 부의장

부천시가 매년 70억원이 넘는 교육경비를 지원하는 등 전국 지자체 중 가장 많은 비용을 지출하면서도 교육경비 보조의 기준과 원칙을 세우지 못하고 있었으나 지난해 말 전덕생(송내2동) 부천시의회 부의장 등이 의원발의를 통해 ‘부천시교육경비보조에관한조례’를 제정하면서 공정한 예산편성의 기틀이 마련됐다.

본지는 지난 15일 오후 4시 전덕생 부의장을 만나 그간 교육경비 보조의 문제점과 조례 제정의 취지, 향후 교육경비 지원의 방향 등을 들어봤다.

- 교육경비보조조례를 만들기까지 어떤 고민의 과정이 있었나.

지난 97년부터 현재까지 지원된 부천시 교육경비는 총 354억원에 달하는 등 적지 않은 예산이 소요된 바 있다. 그러나 지원의 근거가 없어 중구난방으로 보조가 이뤄지는 등 문제가 산적해 있는 게 사실이다.

이제는 사업대상 선정, 심의, 우선순위 결정 등을 원칙적으로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조례로서 그 원칙을 정하고자 의원 발의했으며, 현재 조례가 제정된 상태다.

-실제 그간 교육경비 지원의 실태는 어떠했나.

‘힘의 논리’가 많이 작용됐다. 시의원의 경우도 각자 지역적인 보조계획을 갖고 올라오는 등 힘의 논리로서 이뤄지는 것이 거의 대부분의 경우였다. 지역 선심성, 이해관계 등으로 이뤄진 것이 많았다는 것이다.

이제 원칙을 갖고 체계성 있는 교육경비 지원을 위해 이같은 힘의 논리는 없어져야 할 것이다.

- 교육경비보조 조례의 내용은 무엇인가.

교육경비보조조례는 지방교육재정교부법과 지자체의 교육경비보조에 관한 규정에 의해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교육에 소요되는 경비의 일부를 보조함에 있어 공정하고 효율적인 예산지원 등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는 것이 그 목적이다.

급식시설 및 설비, 교육정보화사업, 지역주민을 위한 교육과장 운영사업, 학교 교육여건 개선사업 등이 보조사업의 범위에 해당된다. 또 교육경비보조금심의위원회를 구성해 당해연도 교육경비 보조금 대상사업 선정 및 심의를 실시하도록 돼 있다.

- 심의위원회 구성은 어떻게 명시돼 있나.

위원장은 부시장이며, 공무원 3인, 교육공무원 2인, 교육전문가 5인 등 총 11인 이내로 규정하고 있다. 초기 시의원 3명을 명시한 초안이 검토됐었으나 ‘시의회는 집행부가 아닌 입법기구’라는 점에서 제안설명 당시 ‘시의원은 단 한명도 참여하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했고, 같은 내용으로 의회에서 결정됐다.

더욱이 시의원을 배제시킨 것은 교육전문가의 참여를 늘리기 위한 취지로, 교육전문가라면 교육계 교수, 교육연대, 민간보육시설연합회, 필요에 따라 전교조 등이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최근 모 시의원이 심의위원으로 참여하려 하면서 지역내 논란이 불거졌다. 알고 있는가. 조례 발의자로서 어떻게 생각하나.

한병환 행정복지위원장도 잘 알고 있다. 일부 의원이 각종 시설의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문제가 있다. 그렇다면 시의원이 아닌 위원으로서 의결하고, 심의할 수 있다는 문제를 낳게 된다.

의회는 집행부 기능과는 다르다. 입법기구로 집행부를 감시하고, 견제하고, 예산을 심의(삭감 등)하는 기구이다. 현재 심의위가 구성이 안된 상태이지만, 의원의 위원 참여는 ‘위법’이라고 본다. 결과적으로 의원 신분을 갖고 있는 자는 심의위에 참여할 수 없다는 뜻이다.

-끝으로 교육경비보조의 향후 운영방향에 대한 개인의견은.

의원발의로 조례를 제정하기 위해서는 최소 6개월의 고민기간이 필요하다고 본다. 354억원이라는 예산이 아무 체계 없이 지원되는 문제제기가 있었으며, 그간 교육경비가 지원된 내용 및 순위에 대한 조사 작업이 진행됐다.

의원입법으로 조례가 통과되면, 집행부는 15일 이내 조례를 공포하게 돼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교육경비심의위원회 구성이 안된 상태(공포일자 2003년 11월 6일)라는 것은 시의회를 기만한 행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