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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학교급식, 나 몰라라'-부천시와 몇몇 시의원

'학교급식조례' 급식네트워크가 주장하는 필요성의 이유는- 2/ 김기현 YMCA사무총장 기고문

9월 5일 시의회 행정복지위원회에서 부천시 최초 주민청구조례인 '학교급식조례'가 부결됐다. 부천시와 몇몇 시의원은 1년여 동안 진행됐던 26개 시민단체의 노력, 아이들의 건강한 학교급식을 바랬던 1만3,332명 시민 염원을 쓰레기통에 처박아 버린 것이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사람들이 당당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난 1년여 동안 진행된 학교급식 조례제정과정(토론회, 간담회 등)에서는 침묵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조례제정 단계에 와서 반대이유를 열거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런 저런 반대의 밑바닥에는 ‘학교급식에 대한 무관심과 무지, 반대만을 위한 천박한 논리’가 자리잡고 있다. 

먼저 학교급식 조례 폐기를 주도한 것은 부천시와 홍건표 시장이다.

dcjjj.jpg이미 알려진 대로 시의회 행정복지위원회 주도로 ‘시 집행부, 시의회, 시민단체’  3자의 태스크포스가 구성되고, 2달여 5차례 회의를 걸쳐 ‘학교급식 조례 합의안’이 만들어졌다. 그런데 이 합의안이 시의회에 상정되기 직전, 부천시 간부회의에서 일방적으로 번복되고, 태스크포스 회의에 참가했던 담당 과장은 심지어 시의회에서 “합의안 대로 통과되어도 집행할 수 없다”는 과격한 발언까지 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그런데 황당한 것은 부천시정을 책임지고 있는 홍건표 부천시장 자신이 민주적인 절차와 과정, 토론과 합의를 완전히 무시한 이런 행태에 대하여 아무런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부천Y 대표단의 항의에 홍건표 부천시장은 “태스크포스 합의가 법적 구속력이 있습니까?”라고 반문했는데 이런 말은 굉장히 위험한 발언으로 듣기에 따라 법적 구속력이 없는 것은 막 해도 된다는 말이 된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행정’의 키워드로 관과 민이 협력하는 거버넌스(Governance, 共治 또는 協治)가 주요한 과제로 되고 있고, UN에서도 중요한 정책결정을 하기 전에 정부간 회의와 별도로 (법적인 구속력은 없지만) 비정부기구(NGO) 회의를 개최하여 그 의견을 정책결정에 반영하고 있다. 이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가 대단히 복잡하고,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에 과거와 같은 단순한 행정, 일방주의 행정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반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따라서 학교급식조례 폐기과정에서 부천시가 보여준 행태는 시대변화에 완전히 역행하는 것이고,  더 심각한 것은 토론과 합의를 깡그리 무시하고도, 아무런 문제의식이 없는 점을 볼 때 부천시가 이 복잡하고, 다양한 사회 속에서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 외에 차이와 대립을 조정하고, 수렴할 수 있는 능력 자체가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다음에는 학교급식 조례제정에 대한 이런 저런 반대이유이다.

현재 학교급식 조례 폐기를 주도했던 부천시와 행정복지위원회 P의원, J의원의 반대이유는 거의 비슷한 것 같다. 그래서 학교급식조례를 폐기했던 9월 5일 행정복지위원회 회의록(부천시의회 홈페이지 또는 www.pcymca.or.kr ‘공지사항’ 란에서 볼 수 있음)을 중심으로 그 반대이유를 살펴본다.

ks.jpeg먼저 P의원과 J의원은 “완전 무상급식”을 문제 삼는다. 이것은 국가가 할 일인데 왜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으로 하느냐는 것이다. 그리고 부천시는 “조례대로 하면 600억 내지 700억의 엄청난 예산이 든다”고 한다. 이거 전형적인 ‘양치기 소년’ 수법이다.

조례에는 목표로 “완전 무상급식, 학부모 부담 최소화”가 들어있는데 말 그대로 장기적인 목표이다. 학교급식법이 개정되고, 전 국가적 사업으로 시행되기 전에 부천시 예산으로만 완전무상급식이 가능하지 않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 그런데 왜 이것을 자꾸만 문제삼을까. 심지어 J의원은 이렇게 했다간 재정여건이 좋은 시에서는 아이들이 고기를 먹고, 시골에서는 아이들이 보리밥도 못 먹게 된다고 걱정까지 한다. 결국 예산이 없어서 못한다는 것이고, 반대를 하기 위해 예산규모를 과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태스크포스 회의에서 합의된 내용은 내년에는 시범사업을 위해서 2~3억 정도의 예산으로 하자는 것이었다.

두 번째는 “현물공급”이다. P의원은 “시장이 우수 농축수산물을 학교에 직접 공급하면 식중독 등이 발생했을 때 책임은 어떻게 하느냐”고 따진다. 또 조례를 희화화 시켜서 “어떤 고등학교에서 배추 100포기 지원해 주십시오 하면 시장이 배추 100포기 갖다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kssss.bmpkss.bmp그런데 말이다. 인천시, 순천시, 제주시에서는 이미 그렇게 하고 있다. 그리고 학부모, 시 집행부, 교육청 다 만족하고 있다. 인천시는 20 억의 예산으로 강화에서 친환경 쌀과 우리 콩 제품(두부, 고추장, 된장 등)을 80여개 학교에 공급하고 있고, 순천시는 15억의 예산으로 친환경농산물을 32개 학교에, 우리 농산물을 78개 학교에 공급하고 있다. 제주시는 10억 예산으로 친환경 농산물을 29개 학교에 공급하고 있다.

그리고 조례가 제정되었다고 학교에서 배추 몇 포기 갖다 달라면 시장이 갖다 준다는 것은 한마디로 코미디다. 조례에 따르면 단위학교에 대한 학교급식 지원은 시 집행부, 교육청, 시의회, 시민단체가 함께 꾸린 학교급식 심의위원회에서 계획되고, 검토되고, 모니터 되는 사안이다.

세 번째는 “WTO 협정 위반”이다. J의원은 “세계가 하나로 돌아가고 있다.”고 하면서 조례의 국내산 농산물 사용규정이 WTO 협정에 위배된다고 주장하는데 WTO 협정 조약 당사자는 중앙정부와 광역지방자치단체이다.

ks.bmp그래서 국무조정실에서 나온 지침에도 “기초지방자치단체에서 국내산 농산물 사용규정은 문제되지 않는다.”라고 적혀있다. 그래서 이런 주장은 근거없는 것이다. 그런데 하나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이미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들은 학교급식에 국내산 농산물만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힘 있고, 약삭빠른 나라들은 WTO 협정을 체결할 때 학교급식은 예외조항으로 만들어 버렸고, 아무 생각 없는 우리 정부는 예외조항 없이 덜컥 서명하고 만 것이다.

마지막으로 P의원, J의원이 공통적으로 제기하는 문제가 “교육업무를 교육청, 교육감이 해야지 왜 시장이 하느냐”는 것이다. 홍건표 부천시장은 “학교급식이 잘 되고 있고, 또 개선시키려고 해도 학교에서 해야지 왜 시장이 하느냐”고 말한다. 이것은 한 마디로 국회에서 법 개정이 되기 전에는 부천시와 부천시의회에서 학교급식에는 관심 갖지 않겠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이런 생각은 학교급식에 대한 무관심의 표출 외에 다름 아니다.

qsdd.jpeg현재 부천지역 16만 어린이, 청소년들이 12년간 접하는 학교급식은 외국산 저질농산물, 인스턴트 식품, 튀긴 식품 등 아이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로 가득하다. 또한 먹을거리 교육은 평생건강을 좌우하는 중요한 문제지만 학교에서 제대로 된 먹을거리 교육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래서 학부모, 시민단체가 학교급식 문제에 나선 것이고, 이런 절박한 문제를 부천시와 몇몇 시의원은 상위법 운운하면서 강 건너 불 보듯 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학교급식 개선은 다시 시민들의 손으로 돌아왔다. 학교급식 조례를 폐기한 정치인에 대하여 정치적인 책임을 묻는 것, 학교급식 조례 제정을 위해 새롭게 힘을 모으는 것, 모두 시민들에게 달린 일이다. 그리고 나는, 기득권 세력의 온갖 방해에도 불구하고 이 땅에 민주주의를 쟁취하고, 확장시켜왔던 그 위대한 시민들의 힘을 믿는다.


  

 


김정온 기자  kjo91n@hanmail.net

기사등록 : 2005-10-08 13:3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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