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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시민의 마음, 북한에 잘 전달하고 왔습니다'

개성공단에 자전거 120대 전달하고 돌아온 부천시민통일문화제 윤병국 공동집행위장의 <특별기고>

부천시민통일문화제 추진위원회는 지난 23일 개성공단을 방문, 부천시민의 정성을 담은 자전거 120대를 전달했다. 전달식에 참석한 윤병국 공동집행위원장은 부천시민의 마음을 담은 자전거를 북측에 전달한 소감을 전해와 <부천매일>은 특별기고로 전문을 싣는다.


개성에 다녀왔습니다. 북한 땅을 다녀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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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면서부터 지금까지 분단된 땅에서 살아왔고, 곳곳에서 분단의 질곡이 누르고 있음을 실감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런 속에서, 비록 서로의 약속에 의한 것이기는 하지만 질곡의 명분으로 거론돼 온 분단된 다른 땅을 방문하는 것이 긴장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너무도 가까운 곳에 있었습니다. 그것이 저의 가장 강렬한 소감입니다. 서울을 출발하여 아무런 절차 없이 도라산역까지 도착한 버스는 잠시 소지품 검사를 하는가 싶더니 다시 출발합니다. 그 길로 5분이나 갔을까? 버스의 정차도 없었고 아무런 변화도 느끼지 못했는데 길가에 북한 군인이 서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고개를 들어보니 어느 지방도로에서나 볼 수 있는 그런 표지판으로 ‘여기서부터 개성시 입니다’라고 적혀 있습니다. 긴장할 틈도 없이 어느새 북한 땅에 들어와 있었다는데 놀랐으며, 개성까지 10분도 안걸린다는 사실에 또 다시 놀랐습니다. 북한은 물리적으로나 절차상으로 이렇게 가까이 있었습니다.


북한과의 직접 교류 실현한 '첫 사례'

자전거 부품 하나하나에 실린 마음, 북측에 전달됐을 것

 

bv.JPG이번 방문은 부천시민들의 힘으로 마련한 자전거 120대를 개성공단 노동자들의 통근용으로 전달하기 위한 것입니다. ‘2005 부천시민통일문화제’ 행사 중 하나로 추진한 것인데 제가 그 행사의 공동집행위원장을 맡았으므로 이번 전달식에 참여한 것입니다.


부천시민통일문화제는 10여년을 빠짐없이 진행돼 왔지만 올해는 광복 60주년과 6.15 공동선언 5주년을 기념하여 특별히 많은 신경을 썼습니다. 특히 그동안 의지는 있었지만 방법을 찾지 못해 실현하지 못했던 북한과의 직접 교류를 실현해 보고자 했습니다. 그 결과 개성공업지구 관리위원회와 연결이 되어 자전거 지원사업을 구상할 수 있었습니다.


사업을 결정한 이후 자전거 수리사업을 하고 있는 원미자활후견기관과 협의하여 가능성을 타진했으며, 지난 여름 구슬땀을 흘리며 방치된 자전거를 모으고 낡은 부품을 닦고 갈아 끼웠습니다. 그러고도 부족한 부품은 시민 성금을 통해 확보했으며, 장마에 녹스는 것을 막으려고 보관장소를 몇 번씩 옮기기도 했습니다.


그런 노력이 담겨 있기에 전달식에서 인사말을 통해 ‘오늘 저희가 가져온 것은 그냥 자전거가 아니라 많은 부천시민들의 마음’이라고 말했습니다. 정부차원의 지원이나 뭉칫돈을 들인 큰 선물도 분명 필요하지만 서로의 마음과 마음이 닿는 것도 통일을 앞당기는 중요하고도 꼭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재조립한 자전거라 초라하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자전거에 실린 부천시민들의 마음을 이해해 주시고, 부품 하나하나를 매만진 손길을 떠올려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서로의 모습 그대로 인정하는 게 통일의 시작될 것

꾸미지 않은 개성시내, 활기차고 정겨워

 

어머니가 누워 있는 모습을 닮았다는 송악산을 배경으로 자리 잡은 개성공업지구는 현재는 시범단지에서 10개 기업에 5천명 정도가 일하고 있지만, 1단계 100만평의 개발이 끝나는 2007년에는 100여개 기업에 8만명이 고용될 계획이라고 합니다. 계획대로 최종 3단계까지 진행된다면 2012년에는 73만명이 일하는, 남한의 창원공업도시 정도의 규모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차창 밖으로 ‘개성부천공업’이라는 상호를 단 공장이 눈에 띄어 반가웠습니다만 들어가 보지는 못해 아쉬웠습니다.


yun.jpg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개성 시내를 지나면서 주민들의 사는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며 유명한 선죽교를 구경할 기회도 가졌습니다. 꾸미지 않고 활기 있는 개성시내를 볼 수 있었습니다. 웃옷을 걷어붙이고 대민지원 나온 군인들, 소달구지에 남새를 싣고 가는 모습, 백화점 유리에 붙어 서서 구경하는 사람들, 차도 몇 대 안다니는 사거리 한복판에서 교통정리 하는 사람, 돼지를 자전거에 묶고 시내를 걸어가는 아저씨, 강가에서 빨래하는 아낙들. 눈으로 보이는 모습하나 하나가 정겨운 모습입니다.


20만이 산다는 개성직할시지만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2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 느낌입니다. 그러나 측은하다는 느낌보다는 활기차 보인다는 생각이 더 들었습니다. 급하게 서로의 방식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서로의 사는 모습 그대로를 인정하는 것에서 통일은 시작되는 것이라고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시계를 생산하는 로만손과 의류생산업체인 신원의 현지 공장을 둘러볼 기회를 가졌습니다. 개성에 거주하는 북한주민들이 생산라인에서 작업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눈길이 마주칠 때마다 수줍게 웃는 모습이 천상 우리네 누이들입니다. 북한아가씨와 남한의 관리직원들 간에 격의 없이 일하는 모습에서 ‘저러다가 정이라도 들면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하는 상상도 해 보았습니다.


bvv.JPG돌아오는 길은 긴장을 다 내려놓고 편안하게 올 수 있었습니다. 아침에는 인사를 건네기도 두려웠던 군인들이 정다운 친구처럼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로 친근하게 느껴졌습니다. 북한은, 통일은 우리 가까이에 있다고 느꼈습니다. 아울러 국민 모두가 이런 기회를 가진다면 막연한 상상 속에서가 아니라 구체적인 과제로서 통일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느꼈습니다.

   

저에게 이런 기회를 만들어 주신 통일문화제 참여시민들과 참여단체들, 그리고 자전거수리단과 다른 공동집행위원장들께 감사드립니다.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김정온 기자  kjo91n@hanmail.net

기사등록 : 2005-09-25 15: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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