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위기 오픈 '결단'...'빚이 빛이 되는 도전' 나선 조 시장

조용익 시장, '역대급 비상' 재정 위기 공직 공유 / 지방교부세 감소-사회복지비 증가-세입세출 불균형 심화 3대 위기 이유 / 체질개선 통한 선택과 집중, 결단력 있는 재정 구조조정 필요 / 쇄신과 돌파 위한 대안 제시, '위기탈출' 부천 새 역사 도전 시사

1997년 IMF는 부천 사회에 큰 위기로 직면되지 않았다. 정부, 나라의 위기에서도 재정자립도 80% 이상을 자랑하던 부천시는 그 상황에서도 지역사회의 재정위기를 피부로 감지할 수 없었다.

그러나 2025년을 앞둔 부천은 '역대급 비상' 국면이다. 이미 내년도 예산편성을 앞두고 각 부서에는 예산 한도액(20~40% 이상 축소) 지침으로 부천 공직은 초비상이며, 각종 출자출연기관은 물론 민간보조금사업까지 축소해야 할 상황에 부천 지역사회 구성원인 시민들도 '돌아와 거울 앞에 서서 부천시 재정 현실을 직시해야 할'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공직부터 '재정위기에 대한 책임론', '공유 없는 이유라는 불통'을 비판하고 있는 가운데 사실상 역대 시장 최초로 재정 위기를 공개한 용기 있는 도전이 시작됐다.

부천시 공직 내부통신망에 '시장입니다'로 시작한 조용익 시장의 글(10월 21일 게시)은 부천시 재정 현실을 가감없이 전하면서 "최근 많은 직원이 부천시 재정을 걱정하고 있다. 예산 한도액 운영으로 깊은 고심에 빠져 있다"며 공직이 받았을 충격부터 공감했다.

"혹자는 역대급 비상이라 말합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지나는 것 같다고도 말합니다"라는 조 시장은 "중앙정부의 긴축재정 운영 방침, 부동산 경기침체, 국내·외 경기 불황 등과 맞물리며 전국이 재정적 어려움에 직면해 있습니다. 매년 재량적으로 쓸 수 있는 자주재원 규모도 ‘22년을 기점으로 해마다 감소해 ‘25년 세입(1조 676억원) 은 ’22년(1조 2,265억원) 대비 1,589억원이 줄었습니다"라며 재정위기를 부른 3가지 이유를 적시했다.

지방교부세 감소로 부천시가 의존하는 지방세 외 수입재원 감소로 이어지는 직접적인 결과가 그 첫번째 이유다. 또 인구감소와 저출산·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사회구조적 문제와 증가하고 있는 복지 수요에 대응하면서 올해 부천시 개청 이래 최초 복지예산이 전체 예산의 절반을 넘는 사회복지비 증가가 두번째 이유다.

'지난 9월 내년도 세입·세출예산 요구액을 취합 추계한 결과, 세입예산 추계액은 2조 425억원, 세출예산 요구액은 2조 3,866억원으로 세입이 세출보다 3,441억원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는' 역대급 세입세출 불균형은 사실상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마지막 부천시 재정위기 이유다.

재정위기 현실 진단은 명확했지만 문제는 '(시장의)처방이자 낫고자 하는 (공직의)노력'이다.

조용익 시장은 '체질개선'을 그 첫 처방으로 꼽았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올 초 예산안 설명과정에서부터 강조한 대원칙이 정작 내년도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공직에 녹아나지 못한 '기초체력 부족'의 안타까움을 전했다.

"버릴 짐을 과감히 버려야", "모든 사업 원점 재검토", "관행은 지양하고 결단력 있는 재정 구조조정 필요" 등의 대목에서 일몰사업의 고삐를 쥐지 못한 공직의 아쉬움이 투영된 듯 하다.

이제 조 시장은 처방으로 '쇄신과 용기'를 강조하고 있다.

'어려운 때일수록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며 미래를 향한 투자는 과감하게, '써야 할 곳에는 제대로 쓰는' 예산 편성이 그 쇄신이며, '강고한 벽을 뚤기 위한 공격적 도전이 필요하다'는 지점은 용기라는 처방이다.

좋지 않은 재정상황을 빌미로 "'이도, 저도 하지 말자'는 냉소와 부정적 접근은 특히 경계해야 한다"며 돌파구의 대안도 제시했다.

조 시장은 "영상문화단지 개발, 공유재산 매각 등을 선행했다면 우리는 지금의 어려움을 겪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전국이 공통으로 겪고 있는 재정위기 상황으로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간다면 새로운 부천으로 도약하는 길을 개척해 낼 수 있다"는 주장이자 주문이다.

'쇄신과 돌파'를 위한 대안 1로 조 시장은 앞서 언급한 '공유재산 매각'을 선 순위에 두지 않았다. 과거 '땅을 팔아 곶간을 채웠던' 흑역사는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사실상 현재 부천의 재정위기 이유는 방대한 시유지 매각, 매각 대금의 직접적 소비 등 미래를 위한 재정건전화 외면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용익 시장은 역대 특정 시장을 비판대에 세우는 '탓하기' 보다는 '미래를 위한 부천의 새 역사' 도전에 집중했다.

조용익 시장은 당장의 상황 전환을 위한 공유재산 매각보다는 미래를 위한 더 큰 도약을 제1의 대안으로 꼽았다.

'3기 대장신도시 및 역곡공공주택지구 조성·공급으로 세수 마련', '기업 유치로 세수확보'는 SK이노베이션 이후 마치 잘 풀리지 않는 모양새지만 취임 후 한국경제인협회 관계자들과의 면담과 최근 굴지의 기업을 접촉하면서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부천의 미래기업 찾기'에 조 시장의 발버둥은 쉼이 없다.  

대장신도시(19,046세대) 및 역곡 공공주택지구(5,632세대)가 조성돼 2027년부터 입주가 시작되면 상당 규모의 재산세, 취득세, 등록세 수입이 발생하고 인구 유입에 따른 소비활동은지역상황 활성화로 부가가치세 등 간접세 수입도 증가할 수 있어 조만간 부천시 재정여력을 높여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조바심을 경계하고 '부천의 이익'을 위한 장고 중인 영상문화단지 등 유휴 시유지의 매각은 가장 후순위의 대안으로 내놓았다. 그러나 "지역개발사업에 참여하는 기업체를 통해 확보한 공공기여금 등을 토대로 재정수입을 확충해 나가겠다"는  대목은 길병원 부지가 오버랩되면서 차후 논란의 요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조 시장은 "온세미 반도체 제조시설 1조 4,000억원 투자 협약과 부천대장 도시첨단산업단지 SK그린테크노캠퍼스 1조원 투자 협약을 체결, SK그룹 연구개발단지 조성으로 3,000여 명의 연구인력의 유입이 예상되고, 온세미코리아의 대규모 투자 유치로 약 500개 신규 일자리 창출과 80개 중소협력업체의 1,900억원 추가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며 "전도유망한 유력 중견기업과 대기업을 대장 도시첨단산업단지 등에 전략적으로 유치해 일자리 창출, 고용·세수 확대 등을 이뤄 부천시의 미래와 경제 기반을 굳건히 다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문제는 관내 기업의 대장첨단산업단지 이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유치할 대기업이 중소협력업체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부천의 중소기업과 함께 이전할 수 있는 메리트를 정책적으로 발굴하는 도전이 과거 '기업하기 좋은 도시 부천'을 되찾는 방안일 수 있을 것이다.

조용익 시장이 2,500여 공직에 전하고자 하는 글의 핵심은 재정위기라는 현실이 '흑(黑)'이라면 위기 탈출이라는 새 역사를 쓴다면 '백(白)'이 될 수 있는 게 미래라는 호전적 메시지다.

"성공하기 위해서, 우리 자신이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잃지 맙시다. 현실을 냉정히 직시하되 흔들리지 않는 희망을 안고 미래를 향해 나아갑시다"라며 '자신부터 변화하겠다'는 약속을 먼저 내걸면서 "과거의 관성을 깨고, 새로운 길을 찾나 함께해 나갈 때 우리는 부천의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다"는 희망의 노력에 불을 당겼다.

2년 전 조 시장은 "불과 30여년이 지난 지금 우리시와 어깨를 나란히 하던 수원, 고양, 용인 등이 특례시가 되는 동안 부천시는 지속적인 선도기업 유출과 인구감소 등으로 도시 경쟁력이 약화돼 왔다", "기업이 빠져나간 자리에는 단기 수익을 얻기 위한 주거시설이 무질서하게 들어서 도시균형을 무너뜨렸다"며 취임 전 부천의 고해를 알렸다.

그러면서 "대전환을 통해 다시 뛰는 부천을 만들어야 한다", "이제 실천의 시간이다. 사람이 바뀌면 생각이 달라지고, 생각이 달라지면 도시가 달라진다"며 부천의 도약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을 언급했다.

조 시장은 "나만 죄인인가?"라고 외면하는 선택 보다 개청 이래 최초 충격적인 재정 여건을 직시하고 공직과 공유하면서 '위기 탈출'이라는 역사를 지금의 부천 공직이 써보자는 제안에 나섰다.

'예산 실링액'을 놓고 9월 중순부터 뜨겁게 달군 '열린소리마당'은 과연 조용익 시장에게 화답할 것인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시민들에게도 부천의 재정상황에 대한 '시장의 오픈 브리핑'이 이어져야 한다는 제언을 남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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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온 기자  kjo91n@hanmail.net

기사등록 : 2024-10-22 07:2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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