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예산 일률(?) 삭감....부천 공직의 전, 란?!'

1월 "선택과 집중 대원칙, 재정사업 원점 재검토, 과감한 정리" 공언한 조 시장 / 내년 예산편성 앞두고 20% 이상, 사실상 40% 실링액 주문 / 재정현실 윗선 무책임 & 無공유 불통, 부천의 IMF? / 예산삭감 후폭풍 놓고 '공직 봉기' 우려, 특정 '금쪽이 예산' 두고 보자

<기자수첩> "부천시도 세수 감소가 예상되는 어려운 재정 여건이지만 내년 예산편성은 '민생과 미래'에 선제적으로 투자하겠다는 방침을 세웠습니다. 이를 위해 '선택과 집중'이라는 재정 운영의 대원칙 아래 필요한 곳에 제대로 쓰기 위해 전 부서가 모든 재정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여 관행적으로 편성된 사업을 과감히 정리했습니다. 불요불급한 예산도 꼼꼼히 찾아내 지출을 조정했습니다".

이는 올 초 부천시의회 본회의장에서 2024년 예산안  설명에 나선 조용익 시장이 강조한 말이다. 전년대비 예산액은 늘었으나 각 부서별 10% 예산삭감을 주문하면서 재정 안정화를 위한 강력한 드라이브를 거는 듯 했다.

그러나 2025년 예산안을 편성하는 과정에서 이같은  조 시장의 말이 무색할 정도로 부천시는 각 부서에 '재량지출 사업비 20% 이상 삭감'을 주문했다. 올해 10% 삭감 주문 당시에도 공직 내 논란이 존재했으나 내년 예산 20% 이상 삭감이 추가로 주문되면서 공직은 '더이상 참을 수 없다'는 분위기다.

더욱이 일선 부서 및 공무원노조는 부천시 예산 관련 부서의 주장과 달리 "40% 삭감 요구를 받았다"고 증언하고 있어 부천시 삭감 지침부터 '진실게임'이 시작되면서 부천 공직 내 신뢰는 더 무너질 수밖에 없는 길로 들어선 듯 하다.

부천 공직 소통의 장인 '열린소리마당'은 9월 중순부터 내년도 예산 삭감 지침을 놓고 어느 때보다 말이 무성하다.

'부천시 재정이, 예산이 왜 이 지경까지 오게 된 것인지' 아무도 설명해 주지는 않고 삭감만 요구하는 공직 내 불통에 대한 불만을 시작으로 예산 삭감 후 후폭풍을 우려하는 대목에서는 '공직 봉기', '최초 파업'까지 언급되면서 2025년을 앞둔 부천은 마치 1997년 IMF 위기를 감지하게 할 정도다.  

열린소리마당 게시글 중 A 공직자는 "예산이 왜 이런 상황까지 온 건지 설명해 주는 분은 아무도 없네요. 10~20%도 아니고 이런 상황이 저만 이상한가요?"라며 예산안 편성 시기 전부터 부천시 재정 현실을 공유하지 않는 불통의 예산안 편성 풍토를 꼬집고 있다.

물론 댓글에는 마치 예산법무과 관계자의 설명을 ctrl + C, ctrl + V 하듯 ▲부동산 거래가 축소되면 취득세 줄고, 취득세 줄면 도세입이 줄어 결국 시군 조정교부금이 준다 ▲경기가 안 좋아 소득세와 법인세가 줄어들면 10% 해당 지방소득세가 줄어들고 중앙정부도 돈이 없다보니 지방교부세와 국비 보조금이 준다 ▲전체 세출예산에서 거의 40%가 사회복지비라 탄력적 긴축재정이 어려운 상황이라는 '중앙정부발(發) 재정 악화'를 이유로 들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올해 예산안까지 용인되는 방패로 쓸 수는 있어도 적어도 예산부서의 20% 이상 삭감, 공직 내 부서 주장은 '40% 삭감률'인 내년 예산안 상황까지 재탕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미 올해 예산 중 사회복지비가 부천시 개청 이래 최초 50%를 넘어서면서 재정건전화를 위한 시장 이하 고위직의 특단의 고민과 결단이 필요했음에도 불구하고 예산안 편성 시기 코앞에서 '20%' 혹은 '40%' 삭감률이라는 무거운 짐을 지우게 하면서 부천시 공직 내 '책임론'이 고개를 들게 한 셈이다.

B 공직자는 '예산조정(삭감) 후폭풍'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사실상 책임론을 제기했다. "예산 삭감으로 업무 추진이 안되면 후폭풍은 누가 책임지냐"는 질문이다.

댓글에는 "대책없이 각 부서에서 알아서 무자비하게 깎아 보라는 건데 내년에 이 화살이 관련 부서에만 돌아가지 않을 듯", "예산팀 말대로는 도저히 편성할 수 없으니 차라리 예산팀에서 알아서 다 편성하죠", "그 정도로 줄이면 그냥 안하느니만 못한 실링액(최고한도액)을 맞춰 제출하는 부서가 있긴 할까요?" 등 일방적 예산 삭감 지침에 대한 문제제기부터 시작됐다.

또 "말단이 욕받이와 몸으로...", "너무 삭감하는 거 아냐. 해도 적당히 해라. 있는 돈 미리 땡겨 써놓고 이제와 돈 없다고. 총알이 있어야 전쟁터에 나가 싸울 것 아니냐", "진짜 돈이 없나 봐 부천. 그냥 파업 어때요? 전국 최초로", "이러다 공무원들 봉기 들겠다"라는 댓글에서는 마치 최근 개봉한 영화 <전, 란>을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영화 <전, 란> 포스터

다수 공직자들의 불만의 지점은 '불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제 할당량 주고 마른 수건 쥐어짜라 하면서. 차라리 딱 까고 시 사정이 이러니 줄여오라고 해야", "가정에서도 가계형편을 가족들끼리 공유하듯 직원들한테 설명이라고 해줬으면" 등의 글에서 부천시 재정현실을 공론화 하지 못한 불통을 지적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일정부분 삭감은 다 죽자는 것. 윗선에서 책임져주는 모습을 보여야. 일선에서 책임 떠안으라는 건 부천시 미래를 버리는 일", "부족하다면 선택과 집중을"이라는 대목에서는 시장 이하 고위직의 무책임을 꼬집고 있다.

결국 이같은 공직 내 불만은 조 시장의 역점사업이자 지난 9월 의회를 간신히 통과한 '시정연구원 설립'에 대한 비토로 이어지고 있다. C 공직자는 "월간부천(월례조회)에 유명인 초청비용, 외부평가를 위한 불필요한 기타 인력 충원, 보여주기식 형식적 교육. 시정연구원 없으면 당장 죽어요?"라며 시장을 중심으로 한 치적쌓기에 집중되는 예산에 대한 선(先) 삭감을 지목하는 듯 했다.

또 "전국 최초로 업무추진비 전액 삭감 어떠심", "대규모 지방채라도 최초로 해결을..."이라는 제언까지 나올 정도다.

한편, 공직은 직원복지비 삭감에 대해서도 눈초리가 매섭다. 각종 사업 필수예산도 삭감하는 마당에 복지포인트, 자율탐방, 힐링스케이 등도 다 삭감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더 나아가 "월급이나 안 깍이면 다행"이라는 자조까지 나왔다. "삭감하면 누가 부천에 남아 있겠나. 인구 빠져 나가듯이 직원들도 빠져 나갈 것"이라며 부천 공직의 최대 사기 저하를 내다보기도 했다.

삭감 일변도 중 소위 '금쪽이 예산'에 대한 쓴소리도 적지 않다.

부천체육회, 부천FC 등이 '금쪽이'로 지목되면서 시 보조금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들 단체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우려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근 체육회 내부 문제가 심각 단계를 넘어서고 있다는 지적, 부천FC의 경우 당초 사실상 성과 대비 일몰이 전제됐던 게 아니냐는 이유에서 '왜 이들만 우리 금쪽이어야 하는가'라는 합리적 문제의식으로 보인다.

여기에 문화도시 부천을 지향하면서 "문화가 세수에 어떤 도움이 되냐"는 비판이 거세면서 '문화특별시'가 아닌 '문화푸어도시'라는 이름까지 붙이고 있다.

열린소리마당에는 "테니스부 사람 1명 늘어나는 거 실화인가요?"라는, 마치 의회 특정 고위직을 겨냥한 듯한 깨알 지적과 "시민의 날에도 드론 300개 밖에 못 띄우는 지자체...군 단위도 500개 날리던데"라며 부천의 열악한 재정을 드론수로 팩트 폭격하기도 했다.

부천시는 2025년도 예산안을 확정하기 전 공개적인 재정 현실을 공유하는 뒤늦은 소통이라고 해야 부천시의회 예산안 심사과정에서 이유 모를 재물로 바쳐질 공직을 달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D 공직자는 "이렇게 감액한 예산안이 시의회 통과는 되는 겁니까? 실링액 맞추기 위한 감액을 일선 사업부서에서 소명해야 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며 부천시의회에 호소하는 듯한 말을 남겼다.

그러나 IMF 이후 역대 최고 삭감률의 2025년도 예산안 편성 논란을 모르지 않는 부천시의회는 예산안 심사를 앞두고 의회의 자세를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의회는 오는 22, 23일 1박2일로 국내연수를 결정, 진행을 앞두면서도 정작 전체 의총을 통해 부천시 재정 현실을 직시하고자 하는 시민 대변의 책임자세는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결국 시 집행부도, 이를 견제해야 할 의회도 2025년 예산안 심사를 앞두고 삭감률 제시에 대한 근거와 이유, 앞으로의 대안 제시에 방기(放棄)할 경우 공직은 물론 삭감 예산에 희생될 부천시민들의 봉기(蜂起)를 부르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김정온 기자  kjo91n@hanmail.net

기사등록 : 2024-10-17 08:4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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