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례안 보류기...'핵심 논쟁'과 '논외의 논란'

결산검사 시의원 '일비 지급 철퇴' 골자 조례안 / 발의자 양정숙 의원 "8대 후반기 대표위원 활동...사인하는 정도의 역할" / 국힘 '찬성' 일변도 Vs 민주당+진보당 '고민 필요' / 이종문 의원 "특혜 아닌 정당한 노동 대가"...대표의원 역량과 역할, 의지 중요

[기자수첩] 양정숙(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부천시 결산검사위원 선임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이 논란 끝에 의회운영위원회에서 보류 됐다.

장시간 질의응답이 이어졌을 정도로 의원들의 관심과 고민이 집중됐던 조례안으로 논쟁이 치열했으며, 이 와중에 박혜숙 의원의 장시간 질의 중 민주당을 향한 부적절한 발언이 보태지면서 해당 조례안의 보류를 낳는데 결정적 역할을 보탰다. <하단 관련기사 참조>

해당 조례안의 핵심은 '대표위원으로 선임된 시의원에게 일비를 지급하지 않도록 규정한다'는 것이다. "결산검사위원 활동은 주민의 대의기관인 의회의 의원으로서의 역할로 볼 수 있어 수당 지급은 바람직 하지 않다"는 주장이며, 조례 개정을 통해 "공정하고 투명한 의회 문화 조성에 이바지하고자 한다"는 제안의견이 제시됐다.

양 의원의 개정조례안은 사실상 '시즌 2'로 이미 결산검사위원 구성에서 퇴직 공직자를 제외시킨 게 '시즌 1'이었다면 '대표의원 선임 시의원의 일비 지급 철퇴'를 골자로 한 이번 조례안은 '시즌 2'로 볼 수 있다.

시즌 1은 의회에서 논쟁 없이 통과됐으나 시즌 2는 조례안 핵심 제안이유에 대한 다른 견해의 논쟁과 함께 부차적으로 튀어나온 박혜숙 의원의 논란 발언이 보태지면서 '보류'라는 결과를 맞았다.

의회사무국은 "경기도내 31개 시군 중 의원의 일비 지급을 제한하는 곳은 단 한 곳도 없다"고 의견을 제시하면서도 "조례로 정할 수 있다"며 다소 논쟁에 휘말리기 싫다는 듯 영혼없는(?) 검토의견을 제시했다.

질의응답이 시작됐고, 정창곤(국민의힘) 의원은 첫 질의에서 대표발의자인 양정숙 의원이 기(旣) 결산검사 대표의원으로 선임됐던 사실을 확인하면서 '경험담'을 물었다.

양정숙 의원은 "8대 후반기 첫번째 결산검사 대표의원으로 활동했다"면서 "아침, 저녁 회의 참석하고 사인하는 정도의 역할로 결산검사에 (직접적으로)참여하지는 않았다"는 대답을 내놨고, 그러자 정 의원은 "경험치를 봤을 때 일비지급을 안하는 게 낫다고 보시는 것이죠?"라고 질의에 마침표를 찍었다.

입법지원과장은 "쟁점사항이나 문제가 있다면 그에 대한 대표의원인 시의원의 역할은 크다"는 의견을 제시했으나 이미 결산검사 대표의원으로 활동한 바 있는 양 의원이 "사인하는 정도"라는 답변으로 역대 결산검사 대표의원의 역할과 결과적 성과의 역사는 폄훼됐다는 우려를 낳기 충분했다.

과거 2014년 결산검사 대표위원 선임을 놓고 당시 새누리당 의원들(장완희 의원과 안효식 의원, 최종 대표위원에는 장완희 의원이 선임됐다)간 볼썽 사나운 대표의원 경쟁이 노골화된 바 있다. 

결산검사 대표위원으로 활동할 경우 부천시 재정을 한 눈에 볼 수 있고 잘못된 문제를 발견해 시 집행부를 철저하게 견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과거부터 자리를 놓고 경쟁은 치열했다. 또 당시 20일간 활동에 500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활동비도 경쟁에 한 몫을 보탰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2014년 당시 선임 전부터 치열한 자당내 경쟁에 눈살을 찌푸리게 했지만 결과적으로 당시 결산검사에서는 범박, 옥길지구 택지개발에 따른 폐기물 처리시설 설치비 초과소 부과 사실을 확인, 부천시에 LH를 상대로 61억여원을 추가 부과하도록 하는 성과를 낳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 의원의 '사인만 하는 정도'라는 발언은 역대 선배 의원들에게는 치욕일 수 있다는 점에서 2차적 논란이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결국 쟁점을 발견하는 능력도 대표의원의 몫이라는 점에서 과연 양정숙 의원의 답변은 자신에 대한 혹평으로 되돌아 올 수 있다는 훗말도 존재한다.

김미자(국민의힘) 의원은 "결산검사 대표위원의 일비 지급이 의정비와 중복되는 게 아니냐"는 주장을 내놓았으나 입법지원과장은 "중복이 아니다"는 명확한 답변을 보였다.  

이종문(진보당) 의원은 누구보다 명확한 입장을 제시했다.

그는 "의원들은 회기가 아닌 비회기 기간에도 민원인을 만나고 지역의 행사에 참여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한다. 회기가 아닌 기간에 결산검사를 진행하면서 그 활동의 책임성을 위해 일비를 지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책임있는 역할을 당부하는 차원에서 필요한 것 아니냐"라고 사실상 양정숙 의원의 조례안에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에 양 의원은 "일비를 지원하지 않으면 책임성이 결여된다고 비춰질 수 있는 우려 가능성"을 제기했으나 앞서 자신이 속기록에 남긴 '경험담(사인을 하는 정도)'은 마치 자살골과 같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이종문 의원은 SNS를 통해 해당 조례안에 대한 공개적인 의견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선출직 시의원의 결산검사위원 위촉에 따른 일비 지급(비회기기간)을 금지하는 부천시의회 운영위에 발의된 안이 보류됐다. 더 신중하게 판단하자는 안에 동의했다.  

저의 입장은 분명하다. 시의원의 특혜는 반대하지만 책임과 역할을 높이는 것에 대해서는 찬성한다.  
책임있게 역할하고 그에 응당한 대우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일하는 사람이 주인인 나라, 자주국가-평등사회-통일세상을 향해'라는 진보당 강령에 비추어도 결산검사 대표위원에 대한 일비 지급은 특혜일 수 없는 정당한 노동력의 대가로 본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박순희(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결산검사위원의 역할부터 질의하면서 다수 시민들이 잘 모를 수 있는 결산검사의 필요성을 주목하게 했다.

"전년도 예산이나 사업을 총망라한 지출, 세입세출 결산을 감사한다는 의미로 으회 대표의원 선임은 이 과정의 문제, 개선의 여지를 잘 들여다 봐라는 의미다. 대표의원의 역할은 중요하다. 때문에 타 지자체는 2~3명 의원이 존재하기도 한다"라는 말로 앞서 거론되지 않았던 결산검사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박 의원은 "현재 부천시의회에는 겸직 의원들도 많다. 해당 조례안은 대표의원으로 참여하지만 일비 지급을 하지 않도록 한다는 게 골자다. 일비 지급을 안할 경우 책임감에 대한 우려도 나올 수 있다"며 앞선 이종문 의원의 발언과 궤를 같이 했다.

이에 양정숙 의원은 "여러 의원들의 공감을 통해 개정안을 대표발의하게 된 것으로 어려운 상황에 양보하고 시민을 위해 배려하자는 취지"라며 "일비와 책임감을 결부하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박순희 의원은 "앞서 결산검사 대표의원으로 활동하셨다고 하시니 당시 일비를 어떤 곳에 사용하셨냐"고 물었고, 양 의원은 "의정활동에 보태 썼겠지요? 사용처를 공개해야 하나요?"라고 발언하면서도 "청문회 같습니다"라는 말로 다소 불쾌감을 표현했다.

과거 결산검사 대표의원 선임을 놓고 앞서 언급했듯히 내부적인 경쟁과 치열한 눈치싸움이 존재했던 것이 사실이다. 지금은 없어졌으나 퇴직 공무원 선임을 놓고도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면서 적지 않은 힘겨루기가 있었다'는 후문도 적지 않았다.

2015년 6대 시의회 당시 윤병국, 우지영 의원 등이 결산검사 대표의원 선임의 문제 및 과도한 일비문제를 비판한 바 있다. 

이후 500만원에 달했던 대표의원인 시의원의 수당도 현재 400만원으로 일부 하향조정 하는 순기능의 결과물도 존재하며, 결산검사를 통해 부천시 세수 확보 발판을 마련해 준 사례도 기록돼 있다. 

결국 결산검사 대표의원으로 선임된 시의원의 역할과 역량, 자세에 따라 그 결과물도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대표의원 일비 지급은 과연 2024년 현 시점에서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린 것'으로 의회가 마치 단죄하듯 결론을 내릴 수 있는 일인지 깊은 고민이 필요할 듯 하다.

김정온 기자  kjo91n@hanmail.net

기사등록 : 2024-09-08 17:4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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