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보다 용어 논쟁, 마침표 찍은' 최초 진보당 시의원

'노동이냐, 근로냐' 9대 전반기까지 뚫지 못한 용어 논쟁, 이종문 진보장 의원 4개월 노력 끝에 상임위 원안가결 성과 / 박순희-윤단비 의원 "환영하고 감사한다" 민주당 속 풀이 / 노총 출신 장해영 위원장, 질의 참고 환한 웃음 대신

불과 몇개월 전 9대 전반기 의회에서조차 '노동이냐, 근로냐'는 비효율적인 용어논쟁을 벌어왔던 부천시의회의 흑역사가 오늘(3일) 부천시의회 역사상 최초 진보당 시의원으로 마침표를 찍는 신(新) 역사를 썼다.

정창곤(국민의힘) 의원이 홀로 반대의견을 제시한 반면,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박순희 의원을 필두로 윤단비 의원까지 가세하면서 '환영하고 감사한다'는 깊은 동의를 보이면서 표결 및 논쟁 없이 '부천시 조례 근로용어 일괄정비 조례안'은 상임위원회인 재정문화위원회에서 원안가결 됐다.

해당 조례안은 부천시 조례 14건에 대해 '근로' 용어를 '노동'으로 변경하는 게 골자다.  

전반기 의회에서 '부천시 산업재해 예방 및 노동안전보건지원조례안'이 장해영 의원의 대표발의로 상정됐으나 당시 재정문화위원회는 1시간 넘는 심사시간을 할애했고, 다양한 질의에도 불구하고 핵심의논란은 단지 '노동'이라는 단어에 대한 문제의식이 대부분이었다.

결국 국민의힘이 주도해 '노동'을 '근로'로 수정의결하면서 본질보다 용어의 문제라는 협소한 의회의 모습을 보였다는 비판을 받았다.

후반기 의회가 새롭게 구성되고 현 재정문화위원회의 위원장은 부천노총 출신 장해영 의원이 의사봉을 잡았고, 4대 4라는 원구성도 '5(민주당)대 4(국힘)'로 변경되면서 비효율적 용어논쟁은 마침표를 찍게 된 셈이다.

첫 질의자로 나선 정창곤(국민의힘) 의원은 일자리정책과장에게 "5월 1일이 무슨 날이냐?"라는 질문을 던졌고, 이에 과장은 "근로자의 날"이라고 답하면서 헌법상 '근로' 용어를 고수하고 있음을 강조하는 듯 했다.

정 의원은 "헌법에도 근로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 상위법에는 근로라는 점에서 부천시가 조례의 용어를 노동으로 변경할 경우 혼선이 예상된다"라며 "행정력 낭비가 우려된다"고 반대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전반기와 달리 국힘의 반대의견은 정창곤 의원만 '나홀로'로 그쳤고, 장성철 의원과 윤병권 의원은 침묵을 지켰다. 구점자 의원은 자신이 대표발의한 조례안 설명을 위해 이석한 상태였다.

과장은 "조례상 노동으로 변경하는 것은 큰 문제가 없을 것 같다"고 답변하면서 일례로 부천시근로자종합복지관과 부천시노동복지회관의 용어 변경시 혼선의 문제 해결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두번째 질의자는 박순희(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용자 입장이 아닌 용어 변경이라는 점에서 환영의 뜻을 전한다"라며 진보당 이종문 의원에게 감사의 뜻을 먼저 전했다. 그러면서 과장의 앞선 두 기관의 기관명 변경 고민에 '적극 노력해 주시길' 당부했다.

윤단비(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의미있는 조례 개정에 감사한다"는 말로 시작해 "근로라는 단어가 일제 잔재로, 일제강점기 시대에 착취 당한 입장에서 근로라는 단어를 사용하면서 헌법에서도 근로라는 단어, 근로자로 명시한 것 같다"며 근로라는 단어의 문제의식을 분명히 했다.

한편, 이종문(진보당) 의원은 "조례 개정 과정이 4개월여 걸렸고, 부서협의는 물론 양대노총과의 협의를 통해 환영의 입장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윤 의원은 '아래로부터 움직이는 개혁과정'이었음에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전반기 상임위원회에서 '용어 논쟁'의 희생양이 됐던 장해영 의원은 현재 재정문화위원장으로 회의를 진행하면서 노총 출신으로 충분히 질의 및 발언을 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질의를 참는 모습을 보였으며, 환한 미소로 대신하는 성숙한 태도를 보였다.

김정온 기자  kjo91n@hanmail.net

기사등록 : 2024-09-03 11: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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