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3번째 조직개편...공직 의견수렴은 '코끼리 다리 만지기?

[조직개편 유감 ①] 실국수 상한제 폐지에 모두 국으로 전환, 총 11개국 1개국 증설 / 올 1월 조직개편이 특정 실, 국 매머드화...1년만에 4~6개과 균형잡기? / 열소를 달군 조직개편 비토, 전체 조직개편안 공개없이 해당 실, 국, 사업소 관련 (안)만 공개

부천시가 2025년 조직개편(안)을 계획하면서 공직 내 의견수렴 중이지만 정작 공직자들의 자유로운 토론방인 '열린소리마당'에는 '조직개편 유감'이라는 제목의 비판글을 필두로 댓글조차 쓴소리가 넘쳐나고 있다.

더욱이 조용익 시장 취임 후 벌써 3번째 조직개편이라는 점에서 너무 잦은 조직개편이라는 숫자적 비판은 물론이고, 구청과 일반동이 소외되면서 과연 '시민을 위한 조직개편인가'라는 의문이 강력하게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후속기사 보도 예정>

부천시는 '자치조직권 확대' 후 2025년 1월 1일자 조직개편을 계획하고 있다. 지난 3월 29일 자치조직권 확대 관련 '지방자치단체 행정기구와 정원기준 등에 관한 규정'이 개정돼 시행됨에 따라 효율적인 조직개편을 위한다는 것이다.

조직개편의 큰 방향은 실국 수의 상한제 폐지에 따라 실이나 사업소, 한시적기구를 모두 '국'으로 통일하고, 통솔범위가 과다한 실국을 분리시킨다는 계획이다.

현행 9개과를 거느리는 기획경제실을 분리해 1국을 신설할 계획이며, 도시주택환경국의 과다로 분리해 안배하면서 1개 국에 6개과의 형평을 맞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라나 특정 국의 경우 4개과로 계획하면서 형평의 모순이 지적되고 있어 이에 대한 합당한 조정이 최종 조직개편안에 반영될지 의문이다. -후속보도 예정-)

2025.1.1 조직개편 추진계획 중 일부

결국 1개 국이 신설될 예정으로 국장 승진자에 대한 훗말이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으며, 기존 기획경제실의 분리에 따른 국 신설이라는 점에서 특정 직렬 국장 승진이 미리 예상되면서 조직개편(안)과 함께 논란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부천시 관계자는 "한시기구 정규화, 사업소의 정책기능 불가 감사지적사항을 해소할 수 있게 됐다"며 "현재 1실 5국 1한시기구, 1사업소를 모두 국으로 전환하고 1개 국을 신설하면서 본청은 총 11개 국으로 운영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용익 시장은 2022년 7월 취임 후 같은 해 9월 조직개편을 시작으로 구청 복원, 일반동 전환에 따른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2024년 1월 단행한 바 있다.

이 당시 특정 실과 국에 다수 과가 편재되면서 쏠림현상이 두드러지면서 과부하의 문제가 발생, 이번 조직개편안의 핵심 방향으로 '분리, 균형, 재배치'라는 큰 방향이 설정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부천시 측은 "당시에는 법령 때문에 (그렇게)편재할 수밖에 없었다"는 해명이지만 결국 1년만의 조직개편(안)이 그 당시 조직개편의 문제점을 방증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부천시는 7월 하순부터 현재까지 공직 내 의견수렴을 1, 2차에 나눠 진행했으며 9월 말 입법예고 기간 전까지 의견수렴의 문호는 개방돼 있음을 강조했다. 또 "의견수렴을 바탕으로 내부 조정기간을 거치면서 큰 방향에서는 달라지지 않았으나 부서의견을 반영해 조직개편(안)을 다듬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공직 내부 소통망인 '열린소리마당'에는 [조직개편 유감]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영화 <친구>의 대사를 인용해 "조직개편 고마해라 많이 무읏다 아이가"라며 "작년에 조직개편을 얼마나 개판으로 햇길레 또 조직개편이냐. 역대 시장들 보면 4년 임기 중 조직개편을 최소한 두번 이상은 하는 것 같던데 그만큼 잦은 조직개편은 졸속으로 조직개편을 했다는 것"이라고 유감의 사유를 들었다.

그러면서 "그런데도 조직개편 담당자들은 아무 책임을 안 지고 오히려 승진, 영전하던 데 참 희한한 조직"이라며 책임지지 않는 잦은 조직개편의 소수 수혜자를 꼬집없다.

그러자 공직 내부는 불이 붙었다. 댓글을 통해 공감하는 공무원들의 목소리가 커진 것이다.

"조직개편 다신 하지마라. 절규다 절규. 한다면 1인 시위할 것"
"시민은 관심도 없는데 시민 위한 조직개편이라 하지 말고 진짜 일하는 직원들 입장에서 필요한 조직개편인지 검토해야 한다"
"지자체장 성과에 들어가는 내용이 아닐까요? 시민을 위해 일하는 건지 팀, 과, 국, 시장님을 위해 일하는 건지"
"늘 그렇듯 고통은 일선 공무원들의 몫"
"1월 1일자로 만든 팀을 왜 또 1월 1일자로 없애는 걸까"
"돈 낭비 시간 낭비"
"멀리 보고 잘 합시다. 조직개편에 명분이 궁금하다"
"조직개편 증상 심각 1년에 2번 했던 시절도 무슨 동네 점빵 간판 바꾸듯하냐 예산낭비, 시민혼란 업무공백 및 혼란"
"행정의 지속성, 예측가능성이 전무한 것 아니냐"

댓글 중에는 부천시 조직개편의 심각성을 후벼 파는 날카로운 글들을 발견할 수 있다.

"대사증후군, 성인병 등으로 인해 운동 처방받아 놓고 허구헛날 운동화, 운동복만 새로 사는 느낌?"이라는 댓글은 사실상 보여주기식 조직개편을 '장비에만 급급한' 문제로 비유했으며, "퇴직하기 전까지 매년 겪으셔야 합니다. 받아들이세요"라는 체념형과 "위를 향해 일하지 말자구요. 부천시 공무원은 실험쥐가 아닙니다"는 광역동 전환 및 폐지라는 큰 산을 넘은 공조직의 피로도를 넘어선 인(공무원)권의 문제를 제기히기도 했다.

한편, 잦은 조직개편의 폐해를 제기하는 글과 반대로 그로 인한 수혜 업체에 대한 공개적인 저격도 나왔다. "그거에 맞춰 모든 걸 다시 만들고 교체해야. 그러면 돈이 들어가고 누군가는 돈을 벌겠지요"라며 잦은 조직개편에 웃는 특정엡체의 수혜를 꼬집었다. 결국 식당은 망해도 리모델링 업체는 돈을 버는 잉여 수혜의 모순을 지적한 셈이다.

이번 조직개편의 가장 큰 문제, '숲을 보는' 혜안의 글도 눈에 띄었다.

"조직개편 할거면 무엇이 합리적인지 이전 조직구조에서 더 나았던 점은 없는지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맞춰 어떤 것이 합리적인지 전체적인 부분을 봐야 된다", "본청 조직개편 사항에 따라 구, 동에서 이견이 나와줘야 하는데 위에서 결정은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의견을 내라는 건 진정 듣겠다는 걸까"라는 댓글이 그것이다.

조직개편(안)에 대한 공직 내 의견수렴은 사실상 국소적으로 이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체 조직개편안을 오픈해서 의견을 수렴한 것이 아니라 소속 부서의 상급조직인 국이나 사업소만 해당하는 '쪼개기 조직개편(안)'만 공개하면서 자칫 공직내 의견이 '코끼리 다리 만지기'로 전락할 수 있는 문제를 낳았다는 것이다.

이는 투명한 조직개편안 공개가 전무하다는 점에서 "사실상 공직 내 의견 통제가 아니냐"는 빌미를 던져주기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부천시공무원노조는 조만간 '조직개편(안) 공청회' 요구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조직개편이 기존 조직의 정비, 자기반성을 기반으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적 시각과 함께 과거에 존재했던 조직개편안에 대한 공론화의 필요성을 소환한 것이다.

정운성 지부장은 "국으로 편재하면서 원활한 정책업무를 돕는 조직개편은 이해되지만 자칫 공론화 과정이 생략될 경우 '국장 자리만들기'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라며 "과거 시장시절 조직개편(안)은 공청회를 통해 내부 공무원은 물론 시민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추진했었다는 점에서 이번 조직개편(안)에 대한 공청회를 공식적으로 요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부천시 관계자는 "현재 (공청회)계획은 없지만 필요하다면 내부 검토해서 결정할 것"이라며 열린 사고를 경주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또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면 좋겠지만 부서의견도 한달 이상 시간이 소요된 만큼 전체 조직개편안을 공개해 의견수렴할 경우 여러 의견 개진으로 진행에 어려움을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입법예고 기간 중 전체 (안)이 공개될 예정으로 충분히 반영할 사안은 열어둘 것"이라고 밝혔다.

끝으로 부천시 측은 "조직개편이 참 어렵다. 정부는 공무원 인력 동결, 증원은 아예 못하게 한다. 그럼에도 시민의 요구는 다양해 수요가 많은 반면, 공급 인력은 부족한 상태"라며 "균형과 안배, 재배치를 통해 현실적 문제를 해결해 가고자 조직개편을 계획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정온 기자  kjo91n@hanmail.net

기사등록 : 2024-08-13 12:14:14

ⓒ 부천매일 (http://www.bcmaeil.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