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인사'만 아니면 달라지는 긍정적 변화들

장애인인권센터 개소 후 첫 중증장애인 단독가구 방문상담 / 사업계획 세웠어도 보은인사 시기 '반년 허송세월' Vs 신임 센터장 채용 후 방문상담 즉각 시행 / 어르신 대상 '장애인식개선 교육', 스며드는 장애인인권 화두 / 부천시체육회 등 각종 보은 자리 '성찰' 필요

[보도자료 톺아보기] "장애로 인한 차이가 차별이 되지 않는 사회가 진정 살기 좋은 사회입니다".

원미구청에서 열린 어르신 대상 장애인식개선 교육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하는 나눔꽃챔버 오케스트라의 공연이 열리는 모습.

7월 말 부천시장애인인권센터장으로 임명된 곽병권 센터장이 어르신을 대상으로 실시한 장애인식개선 교육 현장 분위기를 SNS에 올리면서 말미에 강조한 자신의 철학이자 의지다.

정치적 행사장을 그대로 옮긴 전임 센터장의 SNS와는 시사점이 다른 글로, '정치적 보은인사만 아니면 달라지는 긍정적 변화'를 한 눈에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부천시는 오늘(8일)자 보도자료에서 '부천시, 중증장애인 단독가구 직접 찾아 상담한다'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사회서비스 미이용자 대상으로 신체·정서적 학대, 유기·방임 여부 등 확인'이라는 중제목의 보도자료는 최근 부천시장애인인권센터의 적극적 활동을 주목해 다루고 있다.

보도자료 내용은 이렇다.

"부천시가 장애인 인권침해 예방 사업의 하나로 '중증장애인 단독가구 방문 상담'을 실시하고 있다. 방문 상담은 부천시장애인인권센터 조사관들이 중증장애인 단독가구 중 사회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지 않은 72가구를 9월 말까지 직접 방문해 주거환경 및 인권상황, 복지서비스 이용 여부 등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시는 방문 상담 후 대상자별 복지서비스(맞춤형 급여, 긴급복지 등) 및 통합사례관리를 연계할 계획이다. 또 장애인 학대 확인 시 피해자 보호조치 및 지원, 관련기관 신고 및 조사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아울러 방문 상담 결과를 토대로 사례관리를 지속적으로 실시한다".

부천시장애인인권센터는 장애인 차별 및 인권침해 사례접수 상담·조사·결정·권고, 장애인 차별금지 및 인권 보장에 관한 실태조사 및 교육·홍보 등의 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기관이다.

2011년 부천시 장애인 차별금지 및 인권보장에 관한 조례가 제정됐고, 2019년 장애인인권센터 설치 근거를 위한 조례를 개정했으나 실제 센터 운영은 2020년 3월부터 시작됐다.

초기 센터장은 부천시의장 출신인 류재구씨가, 그 다음을 이은 센터장은 부천시의원 출신의 윤근씨였다. 사실상 정치적 보은인사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센터장 인사가 장덕천 전임시장에 이어 조용익 현 시장 임기 초기까지 이어진 셈이다.

지난 7월 센터장 공모가 진행됐고, 현 곽병권 센터장은 2년 전 고배를 마신 뒤 재수(?) 끝에 임명돠면서 부천시장애인권센터의 긍정적 변화를 몰고 왔다.

정확하게는 이번 보도자료의 핵심사업인 '중증장애인 단독가구 방문 상담'은 전임 센터장 임기 중 계획된 사업이었다. 그러나 반년동안 계획은 실행에 옮겨지지 않았던 것이며, 새로운 센터장은 임기 시작과 동시에 장애인권센터 설립 후 최초로 '중증장애인 단독가구 방문 상담'을 시작했다.

앞서 보도자료에는 '조사관'으로 언급돼 있지만 센터장을 제외하고 2명의 직원이 전부인 열악한 상황에서 홀로 남성인 센터장이 방문에 직접 동참하면서 쉽지 않은 상담의 문을 열었다.

"중증장애인 단독가구가 대부분 단독주택(다세대주택)으로, 실제 거주 세대가 기재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곽병권 센터장은 "1층부터 일일이 초인종을 누르고 대문을 두들겨 실제 중증장애인 세대가 어디인지 확인할 수 있는 쉽지 않은 날의 연속"이라고 시작부터 고단한 방문 상담을 일과를 전했다.

이 과정에서 여성 직원들이 겪을 수 있는 2차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생각에 직접 동행, 동참하면서 닫혀있던 방문상담의 길이 열리면서 '폭서기로 힘든 상황이지만 업무에 대한 자긍심을 갖게 된다'는 부천시장애인권센터 관계자들이다.  

부천시장애인권센터는 사실상 관심 사각지대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역대 센터장 2명이 모두 부천시의원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9대 부천시의회 회의록에는 '부천시장애인권센터'로 검색되는 발언은 단 두건에 불과하다.

곽내경 의원이 장애인권센터와 여성의전화 등 기존 시설과의 네트워크 필요성을 제기한 발언과 장애인성폭력 사건을 주지시키면서 장애인인권센터가 1차적 상담을 할 수 잇어야 한다는 등의 지적이 전부다.

이번 보도자료에는 "장애인 차별 및 인권침해 신고는 부천시의 모든 생활영역에서 장애를 이유로 차별과 인권침해를 직접 겪거나 목격한 장애인, 보호자, 후견인, 개인 또는 단체 등 누구나 신고할 수 있다"라며 "시 관계자는 '중증장애인 단독가구 방문 상담이 장애인 인권침해를 예방하고 맞춤형 복지서비스 연계로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고 밝혔다.

신고 전화(032-625-9710~9712)와 팩스(032-625-9719), 방문 및 우편(부천시 오정구 신흥로 364), 부천시 누리집(www.bucheon.go.kr→전자민원→장애인인권침해신고) 등의 방법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보도자료 관련 사진으로 제공한 것은 '부천시장애인권센터 전경'이라고 명시했으나 사실상 부천시장애인회관 내 몇평 안되는 사무실은 사진에 담지도 못했고, 단지 장애인회관 입구에 설치된 '부천시장애인권센터 표지만'을 확대해 드러낸 것이 전부다.

과거 김만수 전임시장 취임 직전 부천시 산하기관(당시 부천시시설관리공단)과 출자출연기관(부천문화재단 등)에 만연한 보은인사, 낙하산 인사 문제가 전국적인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일벌백계를 외쳤지만 그 흑역사는 김만수 전임시장 시절에도 이어졌으며, 현재까지도 진행형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최근 시끄러운 부천시체육회 등의 부장급 인사가 마무리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보은인사의 대물림 후문이 흘러나오고 있는 가운데 적어도 그 자리에 합당한 인사가, 자격요건 보다 실제 업무능력에 기반한 공모인사 결과를 기대한다.  

'보은인사만 아니면' 이렇게 달라질 수 있는 각종 '자리'들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김정온 기자  kjo91n@hanmail.net

기사등록 : 2024-08-08 08: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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