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시장, 자당 의원 일격 후 14개월만에 '정면돌파'

9월 임시회 '부천시정연구원 조례' 상정 위한 입법예고 돌입 / 항간 '의원 손 빌린다' 소문 무색, 시장이 직접 정면승부 결심 / '정쟁 중 전면보류' 14개월만에 승부수 던진 조 시장 '부천 도시생존 걸린 일, 세번의 실패는 없다?!'

'정쟁의 희생양'이라는 표현으로 시정연구원 설립에 제동에 강한 안타까움을 토로했던 조용익 시장이 첫 실패 후 14개월만에 '정면돌파 선언'에 나섰다.

야당인 국민의힘 의원 전체와 자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 1명에게 일격을 당하면서 '의회 문턱'을 넘지 못했던 부천시정연구원 설립을 위해 지난달 25일 입법예고에 나서면서 9월 임시회에서 부천시장 이름으로 의안을 상정할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항간에는 '의원발의'라는 타인의 손을 빌린 시정연수원 조례안 상정설이 존재했으나 조용익 시장은 정면승부를 선택하면서 '시정연구원 즉시 가동'이라는 80만 시민을 위한 인수위원회 제언에 '초심'을 찾는데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

부천시는  "「지방자치단체출연 연구원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시정 관련 각종 정책과제에 대한 조사ㆍ연구를 위하여 부천시정연구원을 설립하고, 연구원의 운영 및 육성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부천시민의 편익과 복리증진 등 부천시의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며 첫 도전 실패 후 14개월만에 조례안을 다시 꺼내 들었다.

▲시정발전에 관한 중ㆍ장기계획의 수립 및 주요 정책에 대한 조사ㆍ연구 사업 ▲시 및 부천시의회의 주요 현안 사항과 제도 개선에 관한 조사ㆍ연구 사업 ▲시, 시의회 및 다른 기관ㆍ단체로부터 수탁받은 연구 사업 ▲국내외 연구기관과의 교류ㆍ협력 사업 ▲시정발전에 관련된 국내외 주요 현안 연구 사업 ▲제1호부터 제5호까지에 따른 사업의 부대사업 ▲그 밖에 연구원의 설립목적에 부합하는 사업 등이 사업대상으로 사실상 '부천시 미래설계를 위한 싱크탱크 재단법인'을 설립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입법예고에 들어간 부천시는 오는 14일까지 의견서를 제출받고 오는 9월 제279회 임시회에 시정연구원 설립 조례안 재도전에 나선다.

첫 도전의 실패는 지난해 7월 18일 제270회 임시회로 기록됐다.

'개신창래(開新創來):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새 뜻과 새 각오로 새로운 길은 간다)'를 강조하며 2023년 포문을 연 조용익 시장은 인수위원회가 제안한 시정연구원 설립을 사실상 핵심 정책과 공약으로 추진하면서 여야를 막론한 소통에 나선 바 있다. 

반대의사가 분명했던 국민의힘 의원들은 물론이고 자당 내 반대의원까지 두루 소통하면서 '이유있는 진심'을 보였으나 결국 상임위원회인 재정문화위원회에서 자당 의원 1명에게 일격을 당하면서 1차 허들을 넘지 못했다.

여야 동수의 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양정숙 의원이 반대표를 행사하면서 시정연구단 조례안은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당시 양 의원은 질의답변 시간에 부정적 의견을 개진하던 중 '부천시 발전'이라는 포괄적 업무를 놓고 "공산당도 아니고..."라는 부적절한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으나 정작 위원회 안팎에서 해당 발언은 도마 위에 오르지 않았다.

그 후 같은 해 9월 임시회(제271회)에서 박찬희 의원은 의사일정변경동의안을 대표발의하면서 시정연구원 설립조례안의 본회의 상정을 이끌었으나 국민의힘 의원 전체가 반대토론에 나서면서 '부결'을 주도했고, 최종 전자투표 결과 양정숙 의원이 기권을 던지면서 재석의원 26명 중 과반수 찬성을 넘지 못해 부결됐다.

조 시장은 부결 이후 각종 행사장에서 시정연구원 설립에 진심인 이유를 담아 두번 좌초된 현실에 대한 '사자후'를 토해냈고, 급기야 긴급기자회견에 나서 "시정연구원이 정쟁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 "국힘 발목잡기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고 단호한 어조로 심각성을 전달했다.

"재정적 어려움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으나 부천시는 연구원을 감당할 정도의 재정상태"라며 "때를 놓치면 더 큰 대가를 치러야 한다. 모든 책임은 국힘 의원들에게 있다"라고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기도 했다.

실제 이번 입법예고 중 공개된 비용추계를 보면 1차년도 소요예산은 18억5천만원으로 설립준비금 6억 5천만원과 출연금 12억원(기본재산 1억원, 운영비 11억원) 등으로 공개됐다. 조 시장은 "부천이라는 도시 생존을 위해 연간 20억원을 못쓴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일부 국힘 의원들이 제기한 '10년간 1,000억원'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물론, 시장의 기자회견 이틀 뒤 국힘 시의원들은 "편향된 정치적 행보"를 주장하면서 낮은 재정자립도-시장의 독단적 주도-시정연구원이 부천 미래 책임져 주냐는 등 '반대 3요소'를 제기했으며, 그로부터 3일 뒤 더불어민주당 시의원들은 시정연구원 조례 찬반토론 당시 국힘 의원 3명의 '존중 실종, 모욕 언사'를 지목하면서 윤리위 징계요구 등의 강수를 두기도 했다.

그러나 결론은 국힘 3명 의원을 향한 징계 요구는 민주당의 흐지부지로 종적을 감췄고, 그로부터 10개월의 시간만 흘러 후반기 원구성을 놓고 정쟁은 다시 불붙는 모양새가 연출됐다. 최종 원구성을 모두 마치고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하는 듯 보였으나 도시교통위원장을 필두로 예결위원장, 윤리위원장 선거 결과에서 보여지는 '뒷끝의 1표'는 사라지지 않았다.  

"정쟁 대상이 계속되는 한 시정연구원 설립조례안은 전면 보류하겠다"며 숨 고르기를 선택한 조용익 시장은 첫 실패로부터 14개월 후 다시 자신의 이름으로 조례안 상정을 결심하면서 '정면승부'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진보당 이종문 의원을 대표발의 의원으로 회자하는 가 하면, 최근 또다른 일각에서는 조 시장에게 일격을 가한 장본인 자당 의원을 대표발의 의원으로 소설(?) 같은 소문을 내기도 했다.

"사람을 어떻게 믿겠는가?"라며 두번째 도전 실패 후 뼈아픈 심경을 토로했던 조용익 시장은 '타인의 손을 빌어' 가는 지름길 보다 자신의 이름으로 책임지는 '정면승부'를 선택한 셈이다. (긴급기자회견에서 조 시장은 "9월에는 협력하겠다고 먼저 약속한 국힘 의원도 있었다"는 웃지못할 비화를 공개하기도 했으며, 다른 석상에서는 '자당 의원과 1시간이 넘도록 집중소통을 하는 자리에서 전혀 반대의사를 피력하지 않았다'는 일화를 언급하기도 했다.)

국힘이 쏘아올린 '이부망천(이혼하면 부천, 망하면 인천에 간다)'을 소환하면서 "이부망천의 도시로 살아가야 합니까!"라고 울분을 토로했던 조 시장의 세번째 정면승부는 과연 '정쟁 없는 의회'라는 반칙 업는 링 위에 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미 경기도내 인구 50만 이상 기초지자체 중 수원시, 화성시, 성남시, 시흥시가 시정연구원 설립에 나서면서 미래를 위한 도전에 여념이 없는 가운데 '다시 뛰는 부천, 시민과 함께'를 슬로건으로 내건 부천시는 의회 정쟁 속에 출발선조차 넘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두차례 실패를 맛봤음에도 불구하고 세번째 도전에 나서는 이유가 엿보이는 조용익 시장의 시정연구원 설립에 '이유있는 진심'은 이렇다.  

"유휴공간이 적은 대표적인 도시가 바로 부천입니다. 인구가 감소하면서 도시경쟁력의 문제는 이후 도시생존의 문제로 직격될 수 있습니다. 3기 신도시가 완성되고 지하철이 모두 개통되는 시기가 향후 30년 사이로 이 시기는 부천의 대전환이 필요한 골든타임이 될 것입니다."

"시정연구원 설립과 운용을 위한 예산이 허투로 나가는 돈이 아닙니다. 부천 미래에 대한 필수적 투자입니다. 현재 부천의 민낯을 다 드러내놓고 미래 부천을 설계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 수 있습니다. 이미 우리에게 시정연구원이 존재했다면 각종 개발사업의 진행 여부부터 부천에 실익을 따져 결정했을 것이라는 뒤늦은 안타까움을 미래세대에도 안겨줄 수는 없습니다."

한편, 부천시 관련부서는 시정연구원 설립조례안에 대한 의회 소통을 강화하면서 9월 회기 전 개별 보고를 마친다는 계획이다. 내년 1월 1분기 행정안전부로부터 시정연구원 설립을 위한 허가를 득한다는 계획으로, 이 경우 9월 임시회 조례안 의회 의결이 데드라인이다. 이후 11월 정례회 기간 중 본회의를 달리해 출연금 의회동의안과 내년도 예산안을 상정해 통과해야 하는 절차적 숙제를 안고 있다.

과거 실패 시기와 달라진 점은 더불어민주당과 단일화하면서 의회 입성에 성공한 진보당 이종문 의원이 정족수를 늘렸다는 것과 당시 일격의 결과를 낳은 자당(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기도당으로부터 징계(당론 위배: 시정연구원 조례 표결서 기권을 던진 사유) 처분에 돌입했다는 것이다.

김정온 기자  kjo91n@hanmail.net

기사등록 : 2024-08-05 07:49:13

ⓒ 부천매일 (http://www.bcmaeil.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