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잔이 쏘아올린 '노조 존재 이유' 확장성

공직 '열소'에 난데없는 '노조사무실 무임커피차' 논쟁 / '노조사무실 원두커피, 비노조원에게도 개방하자' 게시글 주목끈 조회수 Vs 압도적 반대 속 '얌체', '무임승차' 쓴소리 / 어그로에서 출발했어도 '노조 확장 플러팅' 해피엔딩이길...

[기자수첩] 최근 부천 공직내 '열린소리마당'에는 갑작스런 '커피 논쟁'이 뜨겁다.

'노조사무실 원두커피를 비노조원들에게도 제공하면서 개방하자'는 주장의 글이 시작점이지만 "노조사무실로 직원들 공간이 줄었는데...그 정도는 해줄 수 있는 거 아닐까요?"라는 표현 등에서는 일부 '노조에 대한 글쓴이의 견해가 엿보였다'는 점 등이 논쟁을 달구기 충분했다는 해석이다.

이 게시글은 3일전(7월 29일) 게시된 후 현재까지 2천여 조회수를 기록하며서 '열소를 긴 잠에서 깨어나게 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해당 게시글에 달린 댓글로만 보면 게시자의 글은 '처첨한 KO패'다. 사실상 '좋아요'와 '나빠요'의 개념인 '추천 Vs 반대' 숫자만 봐도 '반대'에 쏠림현상이 극명하다. 단 6명이 추천을 눌렀고, 무려 191명이 반대를 누른 결과를 낳았다. (7월 31일 오전 10시20분 기준)

'반대'의 댓글들은 이렇다.

"노조에 대해 비판하거나 마음에 들지 않더라고 모두 가입하면 좋겠다. 탈퇴하거나 하지 말고 일단 조직에 가입하고 나서 더 좋은 노조가 되도록..."

"외청 근무로 커피와 상관없지만 노조비 꼬박 낸다. 노조 존재만으로도 복지혜택도 존재하니까. 무임승차 하면서 커피 내놓으라는 뻔뻔함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지 이해 안간다"

"대머리 독수리 같은", "개똥 같은 소리 하고 있네", "그냥 노조에 가입하시죠".

"커피 제공 안하면 노조가 닫혀 있는 건가? 도대체 뭔 생각인지 이해 못하겠네"

"노조 가입하고 드시면 되죠", "노조 가입하고 마시세요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

"무임승차해 먹는 게 옹졸한 거 아닌가"

"노조가입 안하고 커피 드셨던 거 같고 조합비는 안낼 건데 계속 커피만 무료 제공 봉사활동 하라는 거냐"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

"낯짝도 두껍다. 철면피. 얌체는 자기가 얌체인 줄 모름"

이처럼 다수의 댓글이 게시자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조원 총출동해서 별거 아닌 커피 한잔에 되게 인색할 걸로 된거냐"라는 댓글이 현실적 '커피 한잔의 값어치'를 반증하는 듯 보이지만 정작 다수 댓글이 주장하고 시사하는 바는 '노조 존재의 이유'로 비춰진다.

"공무원 처우 개선 위해 개인 시간내서 일하는 분들 위해 커피 한잔 사주는 여유는 없나. 배려를 바라기 전에 본인부터 배려 실천을"이라는 댓글과 "노조에서 모든 공직자 포함해 공무원 수당, 월급, 복지개선 노력을 한다. 무임승차해 받아먹지만 말고 조합비 그 정도는 해줄 수 있지 않나요?"라는 등이 그 대표적 댓글이다.

2002년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창립선언문에는 '아! 얼마나 애타게 기다리던 순간인가'라는 글로 시작한다. 직장협의회를 거쳐 노조설립까지 쉽지 않은 투쟁의 역사를 단 한줄로 표현한 글로 시작한 창립선언문 말미는 "이제 90만 공무원노동자의 이름으로 만천하에 선포한다. 세상을 바로잡고, 나라를 바로 세우는 공무원노조가 설립되었음을..."의 글은 조합원과 비조합원을 구분짓지 않았다.

부천공무원노조는 초기 강성노조로 평가됐다. 홍건표 전임시장 시절 노조사무실을 해머 등으로 내리치면서 당시 자신들의 몸을 사슬로 감고 저항하던 지부장과 간부들을 폭력으로 진압한 오욕의 역사도 존재하는 반면, 김만수 전임시장 시절 시민과 의회 반대에 봉착해 논란이 됐던 개발사업을 노조가 찬성하는 소위 '어용(?)의 역사'도 기록했다.

현재 부천공무원노조 가입율은 50%에 밑돈다고 알려졌다. 90년대 유니온 숍(Union Shop)이 부천에도 존재하면서 '노동조합의 조직강제권'이 주어졌으나 2024년 현재 공무원노조부터 조합 가입율은 절반도 차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번 열소에서 '노조사무실 커피' 논쟁이 있기 전 2022년 하반기 열소에서 조합 상황을 알리는 게시글이 철퇴를 맞는 일이 벌어진 바 있다. 지부장이 노조 관련 게시글을 올리자 '공무원 전체를 위한 열소로 노조의 특정 게시글을 올리는 것은 옳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급기야 지부장이 사과하고 게시글은 삭제됐으며, 이후 전체 게시판에는 노조가 올린 글은 찾아볼 수 없다고 알려졌다.

그로부터 2년 뒤 "지부사무실 원두커피 제공 적극적으로 비노조원들에게 개방합시다. 비노조직원들에게 커피 한잔은 제공하는 여유를 가집시다. 커피 한잔 제공은 여유와 넉넉한 마음 아니겠어요? 노조사무실로 직원들 공간이 줄었는데...그 정도는 해줄 수 있는 거 아닐까요? 대신 하루 한잔까지만 허용하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원두커피 마시는 곳에 노조 홍보를 하면 될 것 같습니다"라는 글은 2년 전 위에 언급한 사태를 반추하게 한다.

노조는 조합원만을 위해 활동하지는 않는다. 현재 부천공무원노조를 봐도 전체 공무원 처우개선, 복지 개선을 위한 노력이 전제를 깔고 있다. 하다못해 1년에 한번 복날에 제공됐던 노조의 아이스크림을 꺼내는 공무원의 손이 비단 조합원의 손만은 아니지 않은가.

현재 공무원노조 조합비 상한액은 월 2만5천원이다. 직급에 따라 조합비는 다르지만 상한액이 월 2만5천원이라는 것이다.

노조는 감정노동자는 위한 프로그램에 비조합원을 포함시키기도 하고, 문화행사 참여에도 비조합원도 가능하게 하고 있으며, 병원이나 판매시설과 협약을 통해 저렴한 공급가를 지원하는 데도 비조합원도 혜택이 존재하도록 하고 있다고 알려지고 있다.

일부 조합원은 이번 게시글의 댓글에서도 보여지듯 "노조비 안내면서 서비스는 줘야 한다는 놀부심보", "조합비 달마다 내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동등 혜택 누리면 누가 노조에 가입하려 할지"라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부천공무원노조의 변천사를 봐도 극과 극의 평가를 날 수 있다. 공무원노조의 역할론은 언제든 도마 위에 올릴 수 있다고도 생각하지만 '참여 속 비판'이 정당하다는 목소리가 더 높다.

"노조사무실로 직원들 공간이 줄었는데...그 정도는 해줄 수 있는 거 아닐까요?"라는 글에서 느껴지는 왠지 모를 삐딱함은 '혐오의 시선'이 아니길 바라며, '무임커피차' 논쟁을 출발시킨 게시글이 어그로가 아닌 플러팅의 효과로 마무리 되길 바라본다.  

※<부천매일>은 언제나 건강한 열린소리마당의 기능을 응원해 왔다. 하지만 공직 내부 글이 외부로 알려져 기사로 오픈된다는 점에 공직 일부는 불편함을 넘어 비판적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내기도 했다. 이번 기사는 적어도 작금의 시대를 좀 먹고 있는 '혐오 논쟁'을 벗어나 객관적인 공직의 시선을 재확인시켜 주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김정온 기자  kjo91n@hanmail.net

기사등록 : 2024-08-01 09:2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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