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참 질책은 맞지만 '비생산적 회의'는 비약

이학환 부의장 '회기 중 시장 해외출장' 정당한 쓴소리...그러나 '시장 불출석 중 비생산적 회의 맞는가'는 본질 벗어난 비약 / 의회는 시민 삶과 밀접한 조례안 정상적 처리 의무 '기본', 시장 없다고 '본회의 산회, 시장 출석 후 본회의 재처리' 주장...언어도단

[기자수첩] 부천시의회가 오늘(26일) 제278회 임시회 마지막 본회의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시장의 불출석을 놓고 이학환(국민의힘) 부의장의 의사진행 발언이 터졌다.

회기 중 시장의 해외출장을 놓고 당연히 지적할 수 있는 질책이지만 의사진행 발언 내용 중 본질을 벗어난 비약과 의장을 향한 주문이 상당한 '언어도단'이라는 혹평도 존재한다.

김병전 의장은 재정문화위원회 심사안건부터 전자투표 표결을 진행했고, 안건은 모두 통과됐다.

이후 행정사무감사 기간을 정하는 안건,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윤리특별위원회 위원 선임의 건을 처리해야 했지만 이학환 부의장이 의사진행 발언은 신청하면서 잠시 안건처리는 미뤄졌다.

이학환 부의장은 "우여곡절 끝에 후반기 원구성이 마무리돼 후반기 첫 회기가 진행됐다"라며 "그러나 시민의 삶을 책임지는 시장은 보이지 않는다. 시의회 논의에 참석하지도 않고 외국에서 혈세를 낭비하고 있는데 의회는 짜여진 시나리오대로 형식, 요식적 회의를 진행해야 하냐"고 분개했다.

그는 "시민들은 경제사정에 힘들어 한다. (시장은)의회 보이콧 하고 한가로이 외국 나가고...비생산적 회의하는 게 시민에게 부끄럽지 않냐"라며 "이런 의회를 누가 결정하는가. 의회 무시, 의원 무시, 80만 시민 무시 처사가 아니냐. 의회 바라보는 시각을 여실히 보여주는 일"이라고 비판을 이어갔다.

그런 뒤 이학환 부의장은 의장을 향해 "의회 불참을 용인하고 김 빠진 의회 운영을 의장이 독단적 결정했다면 해명하고 사과하라. 시장 불참한 가운데 의회에서 시정 논의하는 게 의미없다"라며 "의회를 산회하고 귀국 후 시장을 출석시켜 (다시)본회의 열라"고 요구했다.

이에 김병전 의장은 "이학환 의원의 발언이 충분히 이해 갑니다만 의회 내부적인 사안이므로 남은 안건을 처리하겠다"고 말한 뒤 행감 시기 및 예결위와 윤리위 위원 선임의 건은 처리했다.

조용익 시장은 해외출장 전 의장단 회의 출석해 부득이 하게 마지막 본회의에 출석하지 못할 상황을 설명하고 이해와 양해를 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의장단 회의에는 의장을 비롯해 이학환 부의장과 상임위원장 등이 참석하는 자리로, 당시 이학환 부의장은 별다른 비토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이학환 부의장은 "일방적인 통보로 개의치 않았다. 첫 대면인데..."라며 별 지적이 없었음을 시인하면서도 "의장이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학환 부의장은 오늘 본회의가 개의되기 전 시장을 대신한 부시장과의 차담회에서도 같은 비판의 목소리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을 앞에 둔 의장단 회의에서는 '첫 대면'이라는 이유로 별 말을 하지 않았던 모습과 달리 오늘은 본회의 전 차담회에 이어 본회의장에서도 의사진행 발언으로 같은 지적을 반복적으로 한 셈이다.

이미 1년 전부터 결정된 회기일정이라는 점에서 시장의 해외출장으로 본회의 불출석은 논란의 여지 없이 질책을 받기 충분하다.

그러나 이같은 지적은 '의장만의 몫'으로 책임이 전가 해서는 안된다. 때문에 시장을 면전에 두지 않은 상태에서 늦은 지적을 부시장과 차담회에 이어 본회의장 의사진행 발언으로 남겼다고 보여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학환 부의장의 의사진행 발언은 본질을 벗어난 비약이 곳곳에서 보여진다는 점에서 '언어도단'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시장이 없는 본회의는 비생산적인 것인가'라는 발언의 지점은 부천시의회 본연의 책임과 의무를 간과한 자가당착으로 해석될 수 있다. 상임위에서 심사숙고한 끝에 본회의에 상정한 조례안이야 말로 시민의 삶과 직결된 사안이라는 점에서 이학환 의원 스스로 말미에 "본회의를 산회하고 시장을 출석시켜 본회의를 다시 열자"는 주장은 그가 내뱉은 '비생산적'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를 수 있는 비약이다.

조 시장의 해외출장의 첫 행선지는 라스베이거스다. 도시명만으로는 미국 최대 유흥의 도시로 비춰질 수 있지만 이번 해외출장의 목적은 국제적 뷰디 박람회에 참석해 부천을 대표하는 뷰티업체 6곳을 지원하며 직접 세일즈에 나선 취지로 알려졌다.

때문에 '혈세 낭비' 지적은 무리한 비판일 수 있다는 지적이며, 이학환 부의장이 말미에 요구한 출장 후 보고서는 어느 지자체 공무원을 막론하고 '국외출장연수정보시스템'에서 확인 가능하게 돼 있다.

조용익 시장과 김병전 의장은 임시회 전 각각 중식 후 뜨락에서 마주치자 잠깐의 소통을 나누는 모습

한편, 이학환 부의장은 당초 조례안 표결 전 의사진행 발언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김병전 의장은 시민의 삶과 직결된 조례안 표결을 선(先) 처리하고 의사진행 발언의 기회를 줬다.

본회의 마지막 안건은 예결위원과 윤리위원 선임의 건으로 예결위에는 김건, 박찬희, 박혜숙, 손준기, 송혜숙, 윤단비, 임은분, 장성철, 최옥순 의원이 선임됐다.

또 윤리위에는 곽내경, 김선화, 박순희, 박찬희, 송혜숙, 안효식, 윤병권, 임은분, 최초은 의원이 선임됐다.

각각 1년과 2년인 예결위원장과 윤리위원장 선출은 오는 9월 회기 중에 진행될 예정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의총을 통해 내부적인 교통정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이학환 부의장의 시장과 의장을 비토하는 강도 높은 의사진행 발언이 예결위원장, 윤리위원장 선임을 놓고 진행된 민주당 의총 결과가 작용을 일으킨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기도 하다.

김정온 기자  kjo91n@hanmail.net

기사등록 : 2024-07-26 11:3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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