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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동호수공원, '피.땀.눈물' 도시텃밭 공존기

상반기 '채소나눔'→ 하반기 김장나눔 80여개 단체 1천여명의 '불편하지만 행복한' 참여 / 장장 3일에 걸친 김장나눔, 국회의원-시.도의원-지원봉사자-시민운영단 협업 / 신미자 대표 필두,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하지 않는 나눔문화'

장장 3일에 걸친 김장은 최저기온 '영하 1도'를 찍은 지난 11일 막을 내렸다.

상동호수공원 케어가든에서 열린 '수확제 및 김장나눔행사'에는 3일간 무려 1천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시끌벅적 하게 치러졌고, 여기에는 국회의원, 시도의원과 내년 총선 출마를 예고한 인사까지 참여하면서 5년차 '부천 최대 김장 맛집'을 인증하는 듯했다.


더욱이 나를 위한 김장이 아닌 '남을 위한 김장담그기'라는 점에서, 나눔문화의 텃밭인 상동호수공원이 이젠 제법 산(山)을 이루는 듯 매서운 날씨에도 사랑의 온도는 높아만 갔다.


지난 9일 배추절이기를 시작으로, 10일과 11일 이틀간 총 6번에 걸친 김장나눔에는 상동호수공원 시민운영단 80여개 단체와 노인복지관, 홀몸 어르신, 다문화가정, 장애인가정 등 1천여명이 참가했다.


상동호수공원을 수탁운영 중인 (주)지엔그린 신미자 대표를 필두로 벌써 5년간 손발을 맞춰온 시민운영단과 상동 인근 시민들의 자원봉사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하지 않는', '불편하지만 행복한 공존'을 이어가고 있다.


신미자 대표는 "나눔과 참여를 목적으로 도시농부를 자처한 텃밭운영단체인 시민운영단은 직접 재배한 작물을 나눔하고, 길놀이를 통해 화합의 시작을 열어준 풍물패 타락과 인근 주민들의 재능나눔은 김장나눔의 큰 두 기둥"이라며 "직접 키운 배추는 물론 양념재료 구입비도 덧밭 참여단체가 십시일반 돕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가장 큰 나눔의 주체는 (주)지엔그린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텃밭배추로는 감당이 불가한 배추 구입부터 김장나눔은 (주)지엔그린의 통 큰 기부가 없이는 지속될 수 없는 현실이다.

때문인지 김경협(더불어민주당, 부천갑, 3선) 국회의원은 "10년간(여월농업공원에서 상동호수공원으로 이어진 역사) 나눔을 계속하고 있는 시민운영단이지만 실질적인 모태는 (주)지엔그린이라는 사회적기업으로 매년 감사한 마음"이라고 신 대표에게 인사말을 겸한 존경의 마음을 전했다.

국회의원으로는 유일하게 김경협 의원이 참여해 직접 김장담그기에 팔을 걷어부치기도 했으며, 이재영 경기도의원은 "이제 상동호수공원 김장나눔은 상동지역의 전통이 되고 있다"고 신도시에 자랑인 나눔문화의 선구자임을 강조했다.








김병전, 박순희, 박찬희, 곽내경, 김미자.시의원도 김장나눔에 동참했으며, 특히 박찬희 의원은 연이틀 내리 재능나눔으로 김장김치 만들기부터 배추전 부치기, 청소 등 동분서주하며 '1인다역'의 실력을 보였다. 배추전 부치기 이틀째에는 직접 모자란 부르스터와 후라이팬 등을 직접 공수해 오는 치밀함(?)도 보였다.



내년 총선을 앞둔 후보군들의 참여도 눈에 띄었다. 개중에는 앞치마, 고무장갑이 무색할 정도로 '재능나눔' 보다 '얼굴도장'이 목적으로 보이는 인사도 있어 눈총을 사기도 했지만 일부는 솔선수범 하면서 부족한 일손돕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을 보였다.

국민의힘 서영석 부천을당협위원장은 "여러분들의 헌신을 통해 홀몸어르신 등이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다"며 응원에 나섰고, 박정산(더불어민주당) 전 부천시의원은 연이틀 행사장에 나와 필요한 일손을 도왔다. 특히, 김기표(더불어민주당) 변호사는 행사 시작 전부터 끝난 뒤 청소까지 도맡으면서 참여봉사자들로부터 가장 많은 사랑(?)을 받기도 했다. 대다수가 여성이라는 점에서 힘을 쓰는 일을 자청하면서도 풍물패 길놀이 때는 춤꾼으로, 짧은 인사말을 대신해 '김치 없인 못살아, 정말 못살아!'노래를 부르며 분위기 메이커로 친근함을 보였다.










그밖에도 수년째 나눔행사에 동행하고 있는 신경자 상동주민자치위원장, 변채옥 전 부천시의원도 전천후 재능나눔 강자의 면모를 드러냈으며, 매년 막걸리 나눔에 나서고 있는 영화의거리상인회 박광용 회장은 마치 홍보위원인양 촬영을 도맡는 모습을 보였다.


수확제 및 김장나눔은 단 3일의 여정이라면 실제 이 행사를 가능케 한 시민운영단, 텃밭참여 단체들의 피.땀.눈물은 365일의 여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참가신청, 시민운영단의 엄선으로 텃밭운영단체가 확정되면 상/하반기로 나눠 상반기에는 채소(상추, 고추, 토마토 등)재배가 이뤄진다. 올해 특히 무더위가 오래 지속되면서 매주 토요일 9시30분 덧밭 활동은 따가운 햇볓과의 일전을 방불케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이집 참여단체의 꼬마농부들은 물론이고, 경로당 어르신농부님들까지 서로를 응원하면서 상반기 수확물인 채소나눔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하반기의 시작은 사실상 흙과의 싸움이었다. 큰 밭과 작은 밭으로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친환경농법을 고수하는 토요농부학교는 배추, 무, 쪽파, 갓으로 대표되는 김장 작물을 심기 전 밭을 한번 통째로 뒤엎는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천연비료 외에는 사용할 수 없는 '약속'을 지키면서도 실하게 작물을 키우기 위해서는 흙만이 자산이라는 점에서 일일이 호미로 밭을 갈고 혹여 존재하는 이물질을 텃밭에서 퇴장시키는 일은 마치 자신과의 싸움과도 같다.

이 과정에서 간혹 '피'를 보는 일이 종종 벌어진다. 장갑을 착용했어도 밭에 섞인 날카로운 이물질로 손을 다치는 일로 김장나눔의 성과 이전에 도시농부는 '피'를 맛보게 된다.


매주 토요일 오전 9시30분은 약속된 도시농부의 의무의 시간이지만 '작물은 농사꾼의 발걸음 소리를 듣고 큰다'는 신미자 대표의 지론 설파로 매주 2~3번씩 물도 주고, 천연퇴비도 주고, 잡초도 뽑아줘야 하는 작업 속에 '땀'은 늘 농부와 동행한다.

그 수고로움을 알기에 도시농부들은 자신들의 텃밭 외에도 저절로 눈이 돌아간다. "이웃을 잘 만나야 한다"는 말처럼 자신의 텃밭에 물을 주러 왔다가도 목말라 하는 이웃 텃밭에도 애써 물을 주는 과정의 '땀'은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 속에 뿌듯함을 선사하기도 한다.


하지만 늘 행복한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10월 초 배추와 무가 청소년기를 벗어날 즈음 텃밭은 못된 손이 훑고 간 흔적이 역력했다. '가을작물(배추, 무 등)은 취약계층에게 11월 수확제 및 김장나눔으로 전달합니다'라는 글귀와 함께 '눈으로만 봐주세요'라며 무단채취 금지를 알렸지만 손이 닿는 곳까지 무는 숭덩숭덩 뽑혀진 자국이 수십개였고, 누군지 모를 못된 손에 도시농부는 마음 속 눈물을 닦아야만 했다.

지난 11일 올해 마지막 잔치를 끝내면서 신미자 대표는 인사말 도중 잠시 말 문이 막혔다. 마이크 오류도 있었지만 1년을 함께 한 시민운영단 대표들의 얼굴, 눈을 마주치자 자신도 모르게 '울컥했다'는 것이다.

11일 마지막 날 가장 인기를 끈 것은 어묵탕이었다. 갑작스런 혹한으로 봉사자들의 추위를 달래주기 위한 신미자 대표의 야심작이 통한 셈이다. 
신 대표는 행사를 모두 마친 뒤 벌써 5년째 경험치로 얻어진 고된 몸과의 싸움을 위해 몸살 약을 챙겨 먹으면서 '스스로 만든 고질병'이라며 수년째 삼키고 있는 눈물을 얘기하는 듯 했다.


앞서 언급한 "누구나 할 수 잇을 것 같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을 하고 있다"는 말은 바로 신미자 대표이 속마음이다. "매년 '잘 하고 있다'고 자신을 칭찬하면서도 가끔 몸과 마음까지 쑤시는 일 앞에서는 서러운 마음이 든다"는 신 대표는 "나눔에 미쳐 사는 것이 스스로 만든 고질병임을 잘 안다"며 행사가 끝난 뒤에도 남은 무로 석박지를 담그고 남은 양념으로 겆절이까지 알뜰하게 완성하고는 봉지봉지 나눔을 이어갔다.


혹한에 재능나눔으로 수많은 봉사자들 눈에는 '추위가 강타한 눈물의 흔적'이, 신 대표를 비롯한 시민운영단과 수탁업체 (주)지엔그린 직원들의 눈에는 무사히 마친 행사에 대한 감사와 성취의 눈물이 역력했다.

매년 연말즈음 '도시농부를 계속해야 할지'를 놓고 여러 덧밭단체 회원들이 고민한다고 한다.

"처음이 어렵지 두번째는 쉬울 거예요"라며 응원하지만 적지않은 상하반기 운영비, 매주 토요일 아침 단 잠을 포기하고 덧밭을 돌보는 수고로움, 수확작물 나눔에 김장 재료비 기부, 혹한에 재능기부까지...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동호수공원 덧밭을 가끔 보면서 던지는 '삐딱한 시선'이 도시농부들을 더 고민하게 하는 것은 아닌지 안타깝기만 하다.

이 시대를 사는 제대로 된 공존의 자세는 무엇인지 도시공원 안 도시텃밭 속에서 치러진 김장나눔행사에서 고민해 본다.

상동호수공원에 '부천핸썹 무'가 출현했다며 기뻐하는 신미자 대표와 김선희 시민운영단 부위원장 

재능기부에 나선 타락의 길놀이 









김정온 기자  kjo91n@hanmail.net

기사등록 : 2023-11-11 20:5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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