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시 도서관이 기증 도서에 대한 기증 표식을 부착하는 과정에서 책 제목을 가려 훼손하는 웃지못할 일이 발생했다.

더욱이 부천은 지난 2018년 동아시아 최초로  유네스코 문학창의도시로 선정되면서 위상을 높였으나 이번 사건(?)을 통해 200만권이 넘는 시립도서관 도서의 적절한 관리에 대한 의문과 우려를 낳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뜨락(부천시청과 부천시의회 사이 도서공간)에는 수십개의 기증도서가 신규로 비치됐다. 이들 책에는 분홍색 바탕에 하얀색 글씨로 '기증' 표식이 부착됐다.

 
그러나 기증 표식을 책 위 상단 동일한 위치에 부착하면서 책 제목을 가려 훼손하는 일이 발생하면서 시립도서관 도서관리에서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되는 황당한 흑역사를 남겼다.

실제 책 제목은 <소년과 개>였으나 기증 표식은 '소'자를 가려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제목으로 추락시켰고, 그밖에 다수 기증 도서도 책 제목을 가려 육안으로 책을 선택할 수 없을 정도로 훼손시켰다.

특히, 해당 책에는 시립도서관 관리도서라면 응당 부착돼야 할 일련번호조차 없어 과연 200만권이 넘는 부천시립도서관 도서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까지 들게 했다.

 
춘의동 A씨는 "아이들이 볼때 책 제목에 상당한 혼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마치 기증이라는 책 제목의 도서만 수두룩 하다고 느낄 수 있다. 어이없는 도서관리에 아이를 대동한 어른들이 난처할 수밖에 없다"고 질타했다. 그는 "기증은 선물이나 기념으로 남에게 물품을 준다는 의미로 뜻 깊은 공유임에도 그 취지가 훼손될 정도로 책 관리에 문제가 있다면 이는 기증(寄贈)이 아닌 기증(忌憎: 싫어하고 미워함)일 수 있다"고 황당함을 전했다.

이에 대해 사서직의 최고직인 한혜정 교육사업단장은 "기증 스티커는 책 상단에 부착하고 있지만 제목을 가렸다면 바로 옮겨 붙이도록 하겠다"라며 "기증 도서가 많은 때는 외주를 주기도 하는 등 여러 손길이 존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뜨락을 담당하는 수주도서관장은 "책 제목을 가리지 않게 붙이도록 하는데 직원이 기증을 눈에 잘 띄게 하려고 일괄 상단에 붙인 것으로 확인했다. 조속히 다시 붙이도록 조치하겠다"라며 "기증 표식은 사서직이 아닌 공무직이 붙였다"고 덧붙였다.

현재 부천시에는 80여명의 사서직이 정원이며, 현원은 그보다 적은 70여명 규모로 알려지고 있다. 구입 도서는 물론 기증도서까지 합치면 시립도서관 내 도서는 총 200만여권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앞서 '기증 스티커'의 부착 주인공이 사서직이 아닌 공무직이라고 해명하면서 도서관은 2차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도서관리, 특히 수십권의 기증도서에 대한 신규 비치 전 최종 점검은 사서직의 책무도 존재한다는 점에서 과연 책 제목을 훼손한 기증도서, 일련번호도 없이 도서대에 올려진 도서는 과연 부천시 자산으로는 존재하는 것인지 의문이다.

출판사 관계자는 "제목을 훼손하지 않고도 충분히 기증 표식을 할 수 있는데 성의가 없는 것 같다"라며 "저자, 출판사, 기증자에 대한 예의는 차지하고라도 독자인 시민들에 대한 배려나 매너가 없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서비스 수혜자보다 공무원 편의주의의 행동이라는 느낌이 든다"고 덧붙였다.

한편, 뜨락은 과거 16억여원을 들여 부천시가 야심차게 만든 도서공간이다. 그러나 현재 도서관의 개념보다는 카페로 굳어지면서 관리인원조차 상주하지 않고 있으며, 도서 역시 도서대출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채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

 

시정담벼락 역시 2016년 국내 첫 행정전문 도서관으로 문을 열었으나 현재 행정도서는 단 1권도 찾아볼 수 없는 상태다. 행정도서 전체는 상동도서관으로 이전하면서 시정담벼락은 사실상 이름뿐 국내 첫 행정전문 도서관이라는 명분과 명맥을 스스로 내던져 버린 셈이 됐다.

과연 부천시가 '도서관이 많은 도시'라는 타이틀에 이어 유네스코 문학창의도시 위상에 걸맞는 도서관 운용 및 도서관리가 되고 있는 것인지 전반적인 교육사업단의 업무 점검이 필요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