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일주일이 더 지났지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결과를 놓고 당은 화합보다 더 극단적인 모습이 역력하다.

반대표의 주인공으로 낙인 찍힌(?) 의원들은 여러 경로를 통해 테러 수준의 공격을 당하는 일이 발생하는 것도 사실이다.

169명 중 적지않은 이탈표가 발생하면서 '부결'이라는 결과 보다는 이탈표의 주인공이 누구냐에 모든 관심이 집중되면서 민주당은 어느때보다 단합되지 못하는 모습으로 당원은 물론 국민들을 실망케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이런 가운데 어제(6일)부터 3일간 일정으로 의정보고회를 시작한 설훈(더불어민주당, 부천을) 의원은 확실한 직격탄을 맞고 있는 모양새다.

이미 표결 처리에 앞서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을 부결해야 한다"고 앞장섰음에도 불구하고 비명계라는 이유로 SNS와 개인휴대폰의 비난문자는 폭탄 수준이라는 후문이다.

더욱이 어제 의정보고회 첫날 플로어의 질문과 설훈 의원의 답변이 크게 와전되면서 사실이 아닌 오해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형국이다.

 
혹자는 "체포동의안에 찬성했냐, 반대했냐를 직접 물었고, 이에 설 의원은 '당의 분열을 일으킬 수 있어 답변은 부적절하다'고 말해 사실상 반대표를 던진 게 아니냐는 의심에 확신을 더했다"고 의정보고회 중 일부 모습을 전했다.

그러나 복수의 참석자들에 따르면 "현재 당 상황을 얘기하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는 등이 질문의 핵심이었고, 일부 참석자들이 오히려 '의정보고회 자리에 적절하지 않은 질문'이라고 나서서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라며 "설훈 의원은 당의 어려운 상황을 얘기하면서 비명, 친명싸움으로 볼 수 있지만 내년 총선을 위해 하나로 뭉쳐야 한다.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내가 얘기하는 건 부적절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복수 인사들은 "모두 발언에서도 당의 단합을 강조했던 설훈 의원으로, '당의 분열' 등의 언사는 없었다"면서 "본인이 여러가지 생각이 있고, 그에 대한 해결책도 있는데 이 자리에서 밝힐 것은 아니다는 등의 발언으로 기억된다"고 덧붙였다.

여러 상황을 종합해 볼때 직접적인 표결 내용을 묻는 질문도, 그에 대한 답변에서 '당의 분열을 일으킬 수 있으니' 등의 언행도 사실과는 다소 거리가 먼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이재명 대표는 오는 10일 저녁 부천을 방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에서 현장 최고위원회를 주재하고 부천으로 이동해 부천시청 어울마당에서 '국민보고대회'라는 이름으로 소통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놓고 일부 언론에서는 '내홍 격화에 집안단속'이라는 표현으로 부천行을 언급하면서 자칫 반대표 명단 주인공으로 꼽히는 현역의원 지역구를 공략하는 게 아니냐는 또다른 오해를 낳을 우려도 존재한다.

당일 저녁 이재명 대표와의 만찬 자리의 대상이 누구인지 아직 명확하지 않은 가운데 표결 전 식사를 함께 한 이재명 대표와 설훈 의원이 10일 저녁에도 만찬을 함께할지 미지수다.

이런 가운데 시장직에서 내려온 뒤 두려움 없는 정치적 언행에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는 장덕천 전 부천시장의 SNS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는 [극단화의 역설]이라는 제목으로 민주당의 현실의 안타까움과 애정을 바탕으로 한 쓴소리를 던졌다.

<우리는 왜 극단에 끌리가>라는 제목의 책. 캐스 선스타인 저자는 테러, 나치즘 등 극단행동의 배후 메커니즘을 파헤치면서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한데 모여 폐쇄적인 의견을 나누면 더 극단적인 입장으로 빠져든다"는 점을 지적했다.

장덕천 전 시장은 "지금의 민주당은 지형이 쪼그라들수록 강성 지지층에 포획돼 노선이 극단화되고, 그럴수록 지지기반이 더 좁아진다는 '극단화의 역설'에 놓인 형국"이라며 "친박과 태극기부대로 상징되던 보수당의 극단화와 그 실패를 따라가서는 안된다"고 쉽지 않은 소신의 글을 SNS에 공개했다.

최근 한 지인과의 저녁자리에서 나눈 말이 현재 민주당 상황과 절묘하게 오버랩되는 듯 하다.

"과거 민주진영은 갈라짐도, 상대를 향한 극단적인 공격도 거의 없었다. NL(National Liberation, 민족해방파), PD(People's Democratic, 민중혁명파) 이념전쟁이 시작되면서 극단적인 싸움이 계속됐다. 지금 민주당은 마치 그 시절로 돌아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