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위원장 김병전, 이하 예결특위)는 2022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해 수정가결하면서 대표적으로 부천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이하 지속협) 예산 5,200만원 전액을 삭감했다.

이는 상임위원회인 재정문화위원회 예산심사를 존중함과 동시에 예결특위에서도 여야를 막론하고 만장일치로 삭감을 결정했다는 점에서 그 이유를 조명해 볼 필요성을 느끼게 한다.

더욱이 지속협은 조용익 시장의 공약 및 역점사업으로 속도전을 내면서 협의회장 선출 등 80여명의 위원 위촉을 마친 상태라는 점에서 이번 예산 삭감으로 적어도 3개월의 공백이 발생하게 될 것으로 보여 당초 계획은 차질을 빚게 됐다.

의회의 예산 삭감 결정은 분명한 명분을 갖고 있다. '사전 절차 미이행'이라는 것으로, 조례 제정 및 개정 없이 예산부터 상정했다는 점에서 절차의 심각한 문제를 덮을 수 없다는 판단이다.

당초 시 집행부는 상위법(지속가능발전법)을 들어 예산 편성을 추진했으나 의회는 '부천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설치 및 운영 조례' 개정 작업과 '부천시 지속가능발전 기본 조례' 제정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결국 부천시는 회기 중인 지난 26일 부랴부랴 2개의 조례안을 입법예고 하면서 스스로 '모순'을 인정한 셈이 됐다.

 
이런 가운데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조차 반대 명분을 내세우면서 자당 시장의 데미지는 어느정도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조용익 시장은 취임 전부터 지속협 복원의 필요성을 강하게 어필했으며, 결국 '시민주권위원회'라는 공약을 인수위원회의 제안으로 '지속협으로 대체한다'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6년만에 복원되는 지속협을 놓고 민관거버넌스 회복 의지를 강력하게 피력함과 동시에 굵직한 사업에 대한 결정과정 속 시민의견수렴의 창구를 지속협으로 계획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다양한 분야의 시 정책 수립에 시민 목소리를 반영해 균형발전을 선도하는 지속협이 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천명한 조용익 시장의 의지는 '사전절차 미이행'이라는 분명한 명분의 의회 심사를 통해 첫번째 요철을 만난 셈이다.

결국 '지속협 복원의 속도전을 내면서 정작 의회 관문 통과 과정에는 미온적이었다'는 행정적 평가는 오롯이 조용익 시장의 몫이 됐다.

 
지속협 예산 삭감 과정에서 모 의원은 "특정세력의 집단이 될 우려"를 꺼내놓기도 했다. 특정인사의 이름이 거론되지는 않았으나 이미 협의회장으로 선출된 인사를 중심으로 한 지속협이라는 점에서 어느정도 유추가 가능한 말로도 해석된다.

특히, 한병환 지속협 협의회장은 과거 김만수 전임시장 초선 당시 부천시옴부즈만으로 임명됐다가 1년도 안돼 총선에 나간 정치적 이력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다수 의원들은 "또다시 그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이 큰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6년만에 복원된 지속협의 협의회장이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시장 후보로 경선에 나섰다가 떨어진 정치인이라는 점에서 과연 거버넌스기구로의 완전한 복원이 될지 의문이다. 때문에 이번 지속협 예산삭감의 데미지는 온전히 조용익 시장의 몫으로만 보여지지는 않는다는 후문이 무성하다.